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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Oct 08. 2018

행복을 찾는 방법, 첫 번째

페루 : 쿠스코

'크리스토 블랑코 CRISTO BLANCO'는 하얀색 예수상과 함께 쿠스코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크리스토 블랑코를 올라가는 길에는 마을 하나가 있다. 산 중턱에 위치한 이 마을은 50가구 밖에 살지 않은  아주 작은 마을이다.


쿠스코에가면 꼭, 크리스토블랑코에 가보길 추천한다.


셔츠를 허리에 질끈 둘러메고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30분 정도 올라갔을 때즘, 아주 작은 구멍가게 하나가 보였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얼마나 더 걸어 올라가야 하냐 물었더니, 걸어서 가면 족히 한 시간은 더 가야 한다고 했다. 있던 힘마저 빠지는 느낌이었다. 정상까지는 차를 타고도 15분이나 더 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결국 중간에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운전사가 꽤나 어려 보인다. 나보다 4-5살은 어려 보이는 청년이었다.

우리는 정상까지 올라가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했다. 올라가는 내내 그는 쉬지 않고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한 남자를 가리키더니 자신의 삼촌이라 했다. 저기 나무 밑에 누워있는 사람은 친구의 형이고, 저쪽에서 오순도순 노래를 부르며 노는 사람은 자신의 이모와 친구들이라고 했다. 우리는 모두 ’ 가족’이라고 했던  그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 동네에선 학교를 가기 위해서 2-3시간씩 걸어내려간다고 했다. 자신도 학창 시절 쿠스코 시내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을 걸어 다녔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힘들지 않냐 물었다.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 것은 행복이라 했다.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에게는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오르내리면서 구경하는 산과 저 밑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의 모든 말 끝에는 어린아이 같은 미소와 함께 쿠스코가 너무 아름답지 않냐는 자랑이 따라왔다. 나도 같은 말로 대답했다. “맞아 너무 아름다워. 매력적이고. 그래서 떠나고 싶지 않아.” 그는 그게 당연한 거라고 했다.




"孟子曰, 大人者  不失其赤子之心者也”

(맹자왈 대인자 불실기적자지심자야)


맹자가 말하길 대인이란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 했다. 이것은 어린아이의 미숙함과 유치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처음 나무를 보여줬을 때 아이들은 '우와'하고 감탄사를 먼저 내뱉는다고 한다. 어떠한 불순물도 들어가 있지 않은,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볼 수 있음에 고마워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세상은 소박하지만 때 묻지 않았기에 빛이 난다.

 


덜컹덜컹. 어느새 바닥의 돌부리가 엉덩이로 온전히 전해지는 이 불안한 택시조차도 내 삶의 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보다 창문으로 느껴지는 풀내임 섞인 뜨드미지근한 바람이 좋았다.



룸미러 너머로 보이는 그의 입에서 경쾌한 흥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주어진 삶의 감사, 작지만 큰 행복. 나였다면 감히 상상하지 못했을 것들이었다. 이들이 티 없이 밝게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감사’였다. 심리 상담가 모드리안은 이렇게 말했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힘들어도 즐겁게 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어색한 듯 그의 콧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가 다시 한번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You’re so Beautiful!”


하늘이 유난히 푸르다.

오늘 만난 어린아이의 미소처럼.


내 카메라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던 아이. 그 미소를 보는 순간, 함께 웃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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