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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Jan 11. 2019

부자연 속의 부조화

아르헨티나 : 엘 칼라파테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멀 것 같은 짙푸른 빙하. 아르헨티나 남쪽 파타고니아에 위치한 엘 칼라파테의 빙하 국립공원에 가기로 했다. 엘 찰튼에서부터 일정이 꼬이기 시작해서 모레노 빙하에 가는 것은 포기해야만 했다. 모레노 빙하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인간이 갈 수 있는 빙하 중 가장 아름운 빙하로 알려져 있다. 아쉬운 마음에 보트 투어를 신청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류를 거부하기라도 하듯, 하늘에선 차가운 빗방울이 쏟기 시작했다. 거대한 빙하가 눈앞에 펼쳐졌다. 60M 높이의 빙하 장벽 앞에 있으니 새삼 이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한다. 어디선가 거대한 굉음과 함께 빙하가 무너져 내렸다. 침묵 속에 빙하가 만드는 엄청난 폭발음. 이 거대한 빙하는 계속해서 자라나고 계속해서 소멸한다. 자생하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녹아내린다. 


다시 한번 폭발적인 굉음과 함께 빙하가 무너져 내린다. 그들은 울었다. 우린 웃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이상하게 가슴 한편이 저릿했다. 지구의 파괴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으려니 슬픔과 안타까움,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사람 또한 자연의 한  존재임을 부정하고 파괴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인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에 이뤄질 대규모 과학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환경'일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무관심하다. 어릴 때부터 당연하듯 들어왔던 '환경보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오랜 시간 그들만의 시간과 정성으로 쌓이고 쌓여 모습을 만들어온 자연의 소멸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금 눈 앞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를 직접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태초의 탄생, 자연의 섭리, 인간의 흔적, 이질적인 햇살, 폭발 같은 굉음 그리곤 태생으로부터의 분리. 우리도 자연의 일부분일 뿐인데 너무 많은 순간 그것들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자신이 탄생한 곳을 파괴시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을까. 결국 부자연스러움은 부조화를 탄생시킨다. 맞지 앉는 퍼즐을 끼워 맞추려는 것과 같다. 부조화로 가득한 세상. 그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자연의 몸부림. 


조화를 이루며 산다는 것. 지금 이 순간, 거대하고 푸른 빙하 앞에 우린 하나의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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