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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Apr 03. 2020

이집트로의 여행

이집트 : 다합

등장부터 완성형이었다고 불리는 신비로운 나라 이집트. 이 문장 하나로 단번의 나의 관심을 끌기게 충분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 묘한 매력이 끌렸고, 궁금했다. 다양한 신들이 존재했던 나라. 이번 여행은 태양의 신 RA의 초대에 응해 볼까 한다. 이집트의 상징 피라미드부터, 홍해를 품고 있는 시나이 반도까지. 반짝이는 나일강 위로 펼쳐지는 경이로움을 따라가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여행을 준비하는 기분이다. 일상에 치여 삶과 여행을 구분 지어 놓고 지내다 보니 준비하는 과정이 조금은 더뎌졌다. 그래도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나라로 떠나게 되었다. 이런걸 보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여행을 하며 살아야 하는구나 싶다.


나에게는 매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겪는 감정의 곡선이 있다. 한두 달 전에는 마냥 들뜨고 설레어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사로 잡혔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설렘은 두려움과 걱정으로 바뀌어 온갖 상념에 빠지는 시기가 온다. 여행이 얼마 남지 않은 일주일 전 즈음에는 방 안 가득 널브러진 짐들을 보며 만사가 귀찮게 느껴지도 한다. 시시각각 여행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물론 그러다가도 막상 떠나는 날이 되면 미친 듯 뜀박질하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비행기에 올라타곤 한다. 이렇듯 여행이라고 하는 건 준비 과정부터 꽤나 많은 감정들을 선물한다. 아주 짧은 찰나에도 인생을 배우게 한다고나 할까.


이번 여행지는, 이집트 유명 휴양지인 다합이다. 아름다운 홍해를 품고 있는 시나이 반도에 위치한 다합은 많은 다이버들의 성지라 불리는 곳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내가 그곳에 가기로 했다. 그것도 다이빙을 배우러 말이다.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다. 어떤 마음으로 이곳을 선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인간은 때로 본인이 인지하기 이전에 다양한 선택들을 하곤 하는데, 이번 경우가 그렇다. 낯섦과의 조우. 두려움과 설렘을 동반한 두근거림. 그 묘한 감정을 간직한 채 여행길에 올랐다.


깊은 눈 진한 눈썹 차가운 표정, 하지만 먼저 말을 걸어주며 웃으면 누구보다 선해지는 얼굴.

내가 느낀 그들의 첫인상이었다.


"welcome to egypt. It will be a goodtime for you."


경유만 두 번. 2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처음 마주한 이집트는 무척이나 메마른 땅이 아닐 수가 없었다.  녹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막에 가득 세워진 각진 건물들과, 약한 바람에도 모래가 휘날릴 것 같은 대지는 차가운 분위기를 가득 풍겼다. 말로만 듣던  '광야'였다. ‘문명기행, 내 안의 이집트'라는 책에서는 이집트를 “물과 태양의 나라, 공정함과 정의와 아름다움이 의미를 가지고 있던 나라”라고 표현했다. 왜 물과 태양의 나라라고 했을까. 고대 이집트 때부터 이집션들이 나일강을 왜 그토록 신성시했는지 이 땅에 발을 딛고서야 알 것 같았다. 사막으로 가득한 이집트에서 나일강은 기원전부터 완성형이었던 이집트 문명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메마른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들의 품고 있는 신비로움은 이집트의 모습을 궁금하게 했다.





거친 광야로 가득한 카이로를 지나 최종 목적지 다합에 도착했다. 다합은 이집트를 하면 떠올릴만한 광활한 사막과 피라미드와는 사뭇 대조적인 생명의 기운이 가득 넘치는 푸른 바다를 품고 있는 도시였다. 아직도 테러와 전쟁의 경계선에 있는 시나이 반도 안에 있는 도시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평화로워 눈 앞의 잔잔한 파도의 물결마저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집트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경에 미소가 지어졌다.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해 사람들의 발을 묶어 버리는 블랙홀이라는 타이틀이 단숨에 이해됐다.


사막과 어울리지 않는 물이 왜 이집트를 표현하는 단어가 되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탐스러운 젖줄 나일강은 물론 아름다운 미지의 홍해까지 품고 있는 나라였다. 이집트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다양한 모습을 간직한 나라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이렇게 매력 넘치는 곳에서,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바다를 만나보려 한다.


어떠한 순간을 마주할 때 두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아주 변태적이긴 하지만 그 두려움이 온몸을 감사고 돌 때 묘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여행이 주는 해방감이다.


이번 여행은 두려움과 여행의 상관관계에 대한 아주 깊은 고뇌들로 이루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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