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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우 Jan 19. 2021

번외 7, 삼각익

음속을 향한 공학자들의 노력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당시 항공기의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는 속도였다. 그래서 항공기의 외형은 그대로일지라도 신형 엔진을 장착하기만 해도 성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때로는 엔진은 그대로이지만 날개의 두께나 후퇴익을 적용하는 등 공기역학적 개선만으로도 주목할만한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오늘 다룰 주제는 후자에 속한다. 바로 후퇴익 다음으로 엔지니어들이 주목한 '삼각익'이다. 삼각익은 그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삼각형 모양의 날개를 하고 있으며 그리스 문자 델타와 모양이 똑같아 델타익이라고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꼭 삼각형이어야만 삼각익, 델타익이라고 불리는 것은 아니다. 흔히 날개 끝은 뾰족하고 꼬리 날개가 없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델타익도 종류가 다양한데, 이번 글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수평미익이 없고 익단이 잘려있지 않는 삼각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Saab35 Tailess double delta @Pinterest/ Mig-21 Tailed delta@Pinterest / F-16XL double delta @NASA

삼각익도 후퇴익과 비슷하게 1930년대부터 독일의 Alexander Lippish에 의해 연구되었다. 그는 항공기에 있어서 날개는 항력과 추가적인 중량만 만들어내는 거추장스러운 것이라는 당시로서는 다소 급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날개는 없애고 삼각형 주익만 가진 글라이더를 만드는 등 삼각익에 대한 활발한 연구 수행하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그의 연구는 미국의 페이퍼 클립 작전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그가 종전 직전에 만든 글라이더는 후에 나사가 되는 NACA에서 풍동 실험을 거치기도 했으며 이 실험은 델타익을 실제 항공기에 적용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Alexander Lippisch @Pinterest / full scale wind tunnel test of DM.1 @NASA

실제로 그를 필두로 시작된 삼각익에 대한 연구는 1948년 첫 비행에 성공한 XF-92의 개발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Wikipedia에 따르면 Convair는 Lippisch 전부터 삼각익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그로부터 조언을 받았을 뿐 오히려 그와 의견 충돌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위쪽 좌측 사진에서 등장하는 항공기 모형과 Convair에서 만든 XF-92, 그리고 Lippisch가 전쟁 말에 구상한 요격 전투기 P.13는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많은 자료에서 미국이 독일의 삼각익 연구 자료를 가져왔으며 Lippisch가 무미익 삼각익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수행한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미국의 삼각익 전투기 개발에 영향을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Lippisch P.13a @Hush-Kit  / Convair XF-92 @National museum of the USAF


그래도 이후 Convair는 XF-92를 바탕으로 축적한 삼각익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의 몇 안 되는 삼각익 전투기 F-102 Delta Dagger와 F-106 Delta Dart를 만들어냈다. 특히 Convair는 미국이 운용했던 삼각익 군용기 대부분을 만들어내면서 삼각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다만, 오늘날까지 삼각익을 운용하는 유럽 국가들과 다르게 미국에서 삼각익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Convair B-58 Hustle @VW Vortex / Convair F-106 Delta Dart @Wikiwand

지금까지 삼각익의 역사를 보았는데, 왜 Lippisch나 미국의 엔지니어들은 삼각익에 관심을 가졌을까? 먼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제트 엔진이 등장하면서 과거에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속도로 항공기가 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에 맞춰 항공기의 외형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앞선 글에서 보았듯이 새로운 동력원에는 새로운 형상 설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1930년대에 Busemann 박사가 언급한 후퇴각을 적용한 날개가 제트 엔진과 함께 항공기에 대거 도입되기 시작됐다. 그러나 후퇴각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기에 무조건 후퇴각을 크게 줄 순 없어 30도 정도의 작은 후퇴각을 가진 항공기들이 많이 개발되었다. 다행히 초기 제트 엔진은 마하 1을 넘어서지 않는 저출력이었기에 작은 후퇴각으로도 고속 비행에 적합한 날개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항공기의 엔진이 점점 강력해지고 이에 따라 항공기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도 증가하면서 어느덧 '음속'이라는 개념을 다루게 된다. 결국 마하 2 이상의 고속 비행을 위해서는 30~40도 후퇴각보다 더 큰 60도 이상의 후퇴각이 요구됨을 알아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초음속을 견디면서 동시에 60도 이상 젖혀진 후퇴익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Sweptwing configuration @NASA /  X-15 Wind tunnel test @Pinterest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후퇴익의 연장선에서 고안된 것이 삼각익이다. 삼각익은 후퇴각을 크게 주어도 날개의 뒷전(삼각형의 밑변이라 생각하면 된다.)에 날개의 중심 뼈대인 날개보(Spar)를 동체를 가로지르게끔 심을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날개 뿌리도 길어지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튼튼한 날개를 만들 수 있었다.


때문에 소련의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해 고속으로 상승할 수 있는 항공기가 필요한 유럽에서는 삼각익 항공기가 크게 발달했으며 아직까지도 라팔이나 유로파이터와 같은 걸출한 삼각익 항공기를 개발 및 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넓은 날개면적은 날개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시켜주고 그 안에 다량의 연료를 탑재할 수 있다.


하지만,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각익은 화살촉처럼 생겨 날개의 세로 길이에 비해 가로길이가 짧다. 즉, 가로세로 비가 작기 때문에 가로 안정성이 나쁘며 저속에서는 유도 항력이 크게 발생하고 기동성 및 안정성이 떨어진다. (다행히 오늘날에는 컴퓨터 제어 및 다른 기술들의 발달로 이러한 삼각익의 단점이 어느 정도 보완되었다.)

Delta wing's elevon @Wikipedia

그리고 수평미익이 없는 삼각익은 일반 항공기들이 가지는 고양력 장치인 플랩이 없다.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전투기이든 아음속으로 비행하는 여객기이든 이륙과 착륙하는 구간에서는 저속으로 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글에서 다루었듯이 후퇴익은 저속에서 안정성이 떨어지며 충분한 양력이 발생하지 않아 여러 고양력 장치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보니 삼각익은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플랩이 에일러론 자리에 위치해 있어 고양력 장치를 장착할 곳이 없다. 대신 Aileron과 elevator를 합친 elevon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착륙 거리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저속에서 받음각을 높이기 위해 기수를 치켜들어야 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렇다 보니 조종사가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조종사를 교육시키는 목적의 훈련기 중에는 삼각익을 가진 항공기가 없다.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래 사진을 보면 고양력 장치가 있는 통상적인 항공기와 다르게 삼각익을 가진 콩코드는 비교적 높은 받음각을 가진 채 활주로에 진입한다. 뿐만 아니라 기수가 높이 들린 채 착륙하기 때문에 조종사의 시야 확보가 어렵다 보니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착륙할 때 레이돔이 아래로 숙여진다.


B747 Landing @Youtube  /  Concorde Landing @Google arts&culture

이렇게 삼각익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아직 영국을 다루지 않았지만, 제트 엔진이 세상에 나온 1937년을 시작으로 1950년까지 항공기 개발 역사를 다루어 보았다.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1930년대에는 제트 엔진에 대한 이론과 기반 지식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제트 엔진을 항공기에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후 전쟁이 끝나자 제트 엔진 기술은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미국, 스웨덴, 프랑스, 소련 심지어는 아르헨티나까지 흘러들어 가 각자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에 몰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엔진만 바꾸어도 또는 날개 형상만 바꾸어도 항공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항공기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다루지 못한 항공기들도 많다. 하지만, 이후 다루게 되는 1950년대는 조금 다르다. 1950년대에는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냉전이라는 불안함 속에서 무수히 많은 전투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참고자료 및 출처


Wikipedia, Deltawing

Wikipedia, Elevon

Wikipedia, Convair XF-92

Smithsonian National and Space museaum, Lippish DM 1

John D. Anderson - Fundamentals of Aerodynamics

네이버 블로그 쿵디담, 날개 따윈 장식일 뿐이야 - 알렉산더 리피쉬

네이버 블로그 쿵디담, 엔진의 발전이 전투기에 끼친 영향(3) - 후연기와 델타익

네이버 블로그 박경익, 날개의 형태별 장단점

네이버 블로그 랜덤, 델타익과 카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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