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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심플 Oct 27. 2019

성인 되어 피아노를 배운다는 것

피아노


영어는 어렸을 때 배워야 한다고 한다.

또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역시도

점차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악보’라는

언어를 읽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나도 어렸을 때 배웠으면 좋았겠지만,
어렸을 때는 피아노 연습이 왜 그리도 싫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독방에 들어가 10번을 쳐야 했던 그 과정은,

나의 거짓말 역사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한 두번 밖에 안 들렸을 텐데

10번의 동그라미가 되어있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어렸을 때 피아노를 싫어했던 이유는 우습게도 '손가락이 짧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나는 그런 과거의 나에게

'그럴수록 더 열심히 다녀야지!'라고

답답해하고 가슴을 치겠지만,

과거의 나에게는 그렇게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자유방임주의였던 집안 분위기에

휩쓸려 그만두었고,

아직도 처음 보는 악보를 술술 키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리고 손가락도 어느 정도 길어졌겠다,

(여전히 성인 중엔 짧은 편이다)

다시 한번 피아노 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피아노 학원은 2가지 유형이 있다.


1) 어렸을 때 다녔던 그 유형이다.


이런 곳들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4학년 정도까지의 사교의 장이기 때문에,

성인들이 도전하기에는 힘들다.


나도 잠시 다녀보았지만 그들의 수다에 대한 열정에 내 음악에 대한 열정을 접었다.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뛰어나 번화가가 아닌 곳에 사는 어른들도 쉽게 다닐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셨던 선생님이기 때문에

쉽지만 멋있어 보이는 곡들을 치기 힘들었고,

 '딸랑딸랑 바둑이'를 멋지게 칠 수는 있게 되었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2) 성인 전용 피아노 학원이다.

대부분 어른들을 위한 사교의 공간임을

강조하는 광고를 하지만,

선택의 문제기 때문에 나 같은 내향성 인간들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다.


다만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그만큼 시간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야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22시까지 (혹은 24시간) 문을 열어놓기도 하고, 녹음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는 등 프리미엄 공간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야만 갈 수 있다면

연습 열정은 사그라들 수 있다.

그리고 의외로,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어렸을 적 체르니 40번까지 쳐봤는지,

술술 쳐내려 가는 것을 들으며

약간 부끄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3) 그리고 나는 또 한 가지의 경우의 수,

독학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독학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피아노를 어느 정도 배우고 나면

'차라리 피아노를 사서 집에서 칠까'하는

단계가 온다.


특히 성인용 학원을 다니는 경우는

학원을 세 달 정도 다니는 금액으로

피아노를 하나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피아노를 구입하는 것은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신중해야 한다.


멋진 피아노는 장식장으로 변하거나,

인테리어 도구 등으로 바뀌고,

오랜만에 쳐볼까 하면 음이 나가버려 있던

그 시절을 떠올려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래도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피아노의 매력에 빠졌다면,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혹시 저렴하게 팔 생각이 있다면 연락 주세요. 010-....







가격: 월 10만 원~20만 원

(본 적은 없으나 25만 원도 있다고 함)
난이도: ★★★
접근성: ★★★
지속성: ★★♡

(내가 왕초보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한 달~두 달에 한곡 정도를 쳐서 그런지

재미가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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