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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si Jul 26. 2024

별생각 없이 살다가 생각해 보는 생각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다 보니 하게 된 별의별 생각

두서없는 글을 쓰기 시작해 본다.

이렇게 글 쓰지 않다간 또 시간이 흘러버릴 것 같아서.





생각이 늘 머릿속을 분주하게

널뛰던 한국에서의 삶을 살다 어쩌다 보니,

계획과는 무관하게 매장정리를 하고

미국에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계획은 미국에서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쭉 가게를 운영할 마음이었다.)

결혼 후 7일 만에 타지생활을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현실 적응에 그야말로 "현타"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별 깊은 고민 없이 '어떻게든 잘 살면 되겠지'라는

무모한 생각의 결과였다.

그 결과가 현타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깊게 고민하고 와도 현타를

피해 갈 수 없었을 터인데 말이다.

홍대와 합정동 사이, 유동인구가 많은 그야말로

에너지가 뜨거운 동네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다,

뜬금없이 광활한 옥수수밭들로 채워진

미국 중부 어느 시골 동네에 살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떠나 남의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생각이나 상상 속에서는 꽤 낭만적이라 느껴졌지만,

현실의 삶은 결코 쉽지 않긴 하다.

(지금은 그냥 삶은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살려고 하지만.)

나는 누구, 나는 어디에,

이런 말이 정말 딱 내가 맞닥뜨린 상황이었다.

적적한 시골마을, 하루의 산책 중 길가에서

마주친 사람보다 청설모가 더 많았던

시골 동네였다. 바라만 봐도 그림 같은

매일의 하늘 속에서

위로를 받기도 해 그런 아름다움에

살만하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어느 날은 답답함이 불쑥불쑥 올라와

내 가슴을 쿡쿡 찔렀다.

과거의 후회의 선택들에 대해 떠올려봤자

달라질 것 없는 지난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서

'그때 내가 왜 그랬더라'라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도 참 많이 했다.

심리학을 연구하는 남편은 나에게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봐. 멍 때리는 게 뇌 휴식에 가장 좋아.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야" 라고 말했다.

늘 바쁘고 열심히 사는 게 "잘" 사는 것이라는

착각과 강박- 그리고 의무감 사이에 갇혀 있던 내게, 남편의 말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큰 위로와

내게 완벽한 맞춤형 처방이 되었다.

그렇게 이젠 제법 멍 때리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이 생활이 너무 익숙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생각의 흐름대로, 현재의 생각 회로 내에서

단순히 살다 보니, 내가 너무 생각 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생각을 해야 할 때는

좀 더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데, 생각을 비워내는 연습을 어느 정도 하다 보니 이제는 깊숙하게 문제를 직면하고 바라보며 고민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 가볍고 쓸데없는 생각들엔 얽매이지 않고 훌훌 털어내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내가 얼마나 요즘- 별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습관들에

대해 한번 주절주절 적어보게 되었다.


*뜨거운 물 샤워

나는 항상 가장 뜨거운 온도로 샤워를 한다. 아침 달리기로 햇빛 알레르기가 올라와서 그런지, 씻고 나오니 목 부분이 빨갛게 익어 있었다. 나도 그냥 별생각 없이뜨거운 물로 쭉 당겨두고 샤워하는 습관이 있다는 걸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려본다. 앞으로는 피부 건강을 위해 샤워 온도에 신경써 조절해야지.


*별생각 없이 사진 찍기

사진을 많이 찍어 올려야 하는 직업병으로, 매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강박이 습관처럼 굳었다.

그래서 특별한 생각도 의미도 없이 카메라부터 켜게 된다. 사진으로 순간을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눈으로 직접 보고 마음에 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젠 더 의식적으로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넣어두려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생각 없이 살아가기

생각하며 사는 것보다, 생각나는 대로 별생각 없이 살아가는 때가 많다. 이렇게 사는 것이 속 편할 때도 있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깊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너무 쉽게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습관

왜?라는 의문도 질문도 없이 살아갈 때가 많다.

영어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질문을 꺼려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더" 많이 깊숙하게 알고 싶고 자연스레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을 텐데,

나는 질문을 쉽게 회피하는 성향인 사람인 듯하다.

생각해보지 않은 각도로 생각해 보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해봐야겠다. "의식적"으로...


P.S. 오늘의 글에서 "생각"이란 단어를

     대체  몇 번 쓴 걸까,

    오래간만에 제대로 "생각"을 많이 했(썼)다.


내가 이전에 유념해두며 살던 좋아하던 문장이 떠올라

살포시 함께 올려본다.

-

사는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대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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