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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si Aug 30. 2024

오늘, 나는 달리는 사람

매일의 한계를 넘어서보는 작은 기쁨




어제도, 오늘도-

요즘 내 머릿속엔 "달리기"로 꽉 차있다.

런린이로서 일상을 살아온 지 이제 삼 개월이

되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큼은

꽤 진지하게 임하게 된 것이 마치 영혼의 짝꿍을

만난 것처럼 이 합이 참 맘에 쏙 든다.

벌써 나는 달리기와 내 미래를-

저 멀리까지 함께 바라보고 있다...

문득 할머니가 될 때까지 달리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가볍게 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갓 피어오른 불같은 애정을 안고, 욕심 내

달리지 말고 내 호흡과 속도를 잘 가늠해가며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마라톤의 도시인 보스턴으로 이사 오면서

나도 언젠가 매일 아침 달려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매일 찰스강 주변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기도 했고, 수술로 인한 회복의 시간으로 뛰어 볼 시도를 해보진 못했다.

천천히 음미하며 자연을 구경하는 산책하는 묘미도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기쁨이기도 하니까 :)

하지만 찰스강을 걷다보면 나의 앞 뒤로 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리고 있거나,

라이딩을 하고 있는 모습을 끝없이 마주하게 된다.

정말 헬씨한 에너지로 물든 도시다.

(물론 나도 바이브에 반했다.)

그리고... 올 봄에 매일 달리는 러너언니를

알게 되면서, 언니의 적극적인 달리기 제안으로

어느 날 함께 달리게 되었다.

물론 1km도 채우지 못하고 헥헥대는 민폐 동생이

되긴 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나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주며,

언니도 시작은 같았다는 따뜻한 위로를 해주었다. +

10월 10K 마라톤에 나가자는 제안과 함께 말이다.

돌이켜보면 언니에게 절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언니의 말한마디가 나를 달리게 한 셈이니까!

이래서 다정한 마음이 참 중요한 것 같다.)

그 날 이후 언니가 해준 말들이 나의 마음을 콕콕 자극하게 되어, 조금씩 달려보기를 시작했다.

1km도 채우지 못하고 거친 숨만 몰아쉬며

걷다 뛰다를 반복하던 어느 날인가-

3km를 갑자기 가볍게 뛰게 되었다.

어라? 이게 되네?

매번 쓰러질 것처럼 힘겹게 느껴져

절대 못 뛸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내 한계를 조금씩 넘어왔다. 아파트 GYM에서 로잉 머신을 타면서

근육도 함께 키우니, 체력이 점차 향상되는 걸 느꼈다.

너무도 신기하게 갇힌 한계를 조금씩 깨가며-

내 자신감 근육이 조금씩 붙어가는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

처음엔 기록과 속도에 집착도 해보다가-

이러려고 달리기를 한건 아닌데 싶어 정신이 들었다.

그 후론, 달리는 내내 심박수 체크만 해가며 내 호흡에만 온전히 집중했다. 그렇게 욕심과 강박을 내려두니

나는 어느새 러너들이 말해 온 그 러닝하이라는 걸 느끼게 된 것 같다.

분명 땀을 조금만 흘려도 매우 찝찝해 하던 난데...

달리기로 땀을 한 바가지 쏟고 났음에도

세상 처음 만끽해 보는 자유롭고 행복한 감정이

아낌없이 샘솟아난다. (찝찝하지도 않다!)

어느새 올 8월, 매일 아침 7.5km 전후로 가볍게

달릴 수 있는 런린이가 되었다.

내가 노력한 만큼, 체력이 다져지는 기분이 들어

매일 씩씩하게 달려주는 나의 두 다리에게

정말 고맙다.

날씨도 제법 시원해져서 이제는 새벽처럼 일찍 나가지않아도 되고, 오후에도 시원한 바람과 나무 그늘 아래에서 달릴 수 있는 환경에도 모든 게 감사하다!

내가 불가능하다 여겨버린 생각들이

나를 속여온 것 같다. 비단 달리기 뿐이겠어? 싶었다. 달리기만 했을 뿐인데 지난 내 삶의 패턴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조금씩 체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나만의 호흡법을 익혀가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어제도 오늘도 뛰는 사람,

그리고 달리기를 사랑하게 된 사람으로

충족감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올 해의 여름은, 특히나 계획과는 아주 무관하게

흘러갔고 인생에 크게 기억남을 해외살이

큰 위기도 겪었지만 그 답답한 마음에 달리기를 시작하게도 되었다. 위기가 새로운 기회와 계기를 연결해줬다. 달리기만큼은!

내 의지대로 속도도, 호흡도 조절해 나갈 수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되기도 한 시간이다.

고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달리기에 관한 책도 함께 읽으며 지내는 요즘이다.



어제도 오늘도 나는 달렸고,

내일도 모레도 달려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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