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떠나는 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by 나스

한동안 상당히 정신이 없었다. 제주도에 다녀와서 호주로 떠날 준비를 하느라. 혹시 모를 사항들까지 준비하고, 짐을 싸고, 방을 정리하고.


짐을 쌀 때는 정말 앓아누울 뻔했다. 여행을 꽤 다녔다 보니 짐을 싸는 데는 나름 자신 있는 편이었는데, 가서 살 거라고 생각하니 얘기가 좀 달라졌다. 짐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도 자꾸만 넣었다가 뺐다가. 무게를 생각하다가 부피를 생각하다가. 일단 짐을 다 싸고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가, 그래도 한 번 쌀 때 신중히 하자고 생각했다가.


짐 싸는 것에만 집중해도 오래 걸릴 판인데 마음이 분 단위로 왔다 갔다 해서 체력보다 정신력이 더 쓰인 것 같다. 도중에 필요한 것이 생각나서 다이소도 다녀오고, 남들은 무엇을 쌌는지 궁금해서 열심히 찾아도 보고.

밤을 새우다시피 해서 하루, 그리고 조금 더. 캐리어를 연 이후 만으로 약 1.5일 정도의 시간을 할애한 후에야 캐리어를 닫을 수 있었다. 사실 그러고도 몇 번은 더 열고 닫고를 반복했지만.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 6개월 정도를 살러가는 건데 혹시라도 필요한 걸 챙겨가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 '호주도 사람 사는 곳이다', '거기서도 필요한 건 다 구할 수 있다' 인지하고 있지만 아무리 되뇌어 봐도 그 불안감을 진정시키기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정보를 찾아볼수록 더 그랬던 것 같다. 누구는 a가 꼭 필요하다 하고, 또 누구는 필요 없다고 하고. 필수템이라는 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보니 한 명을 전적으로 믿기엔 불안하고, 모든 걸 챙기자니 또 너무 많은 것 같은데.



그렇게 우당탕탕 짐 싸기를 마치고 집청소까지 싹 하고 나니 또 몰려오는 '이게 맞나'라는 생각..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그 감각.


묘한 확신이 있었는데. 이게 맞다는 그 어떤 확신이 생겼다고 느꼈는데. 불안, 걱정, 후회는 잠시 방심한 틈을 타서 파도처럼 나를 휩쓸어 놓고는 한다.


이 감정들은 호주에 가기 전까지, 적응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 솔직히 직접 가서 보고 경험하고, 체감하기 전까지는 걱정과 불안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인 것 같다.


이럴 땐 어쩔 수 없다.


그냥 하는 방법밖에 없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이 불안과 걱정을 내 동력으로 만들 것이다.


keyword
이전 11화적당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