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찰리의 건강과 성격

by 찰리누나

찰리는 2022년 11월에 태어났다. 정확한 날짜는 모른다. 이전 주인이 건강수첩을 잃어버렸다고 한다.(강아지도 아이들처럼 건강수첩을 적는다.) 그저 전해 들은 바로는 6개월 되기 전에 예방접종은 완료했고 중성화 수술을 했다는 것.(찰리는 수컷이었다?) 찰리가 집에 온 지 4일째 되던 날 동물병원에 들렀다. 전 주인은 찰리가 아픈 곳이 없어 병원에 한 번도 데려간 적이 없다고 한다.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기본적인 건강검진과 항체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큰 특이사항은 없었지만 나이에 비해 치아가 안 좋고, 면역력이 보통보다 약간 낮다고 했다. 그래서 1년 후 한번 더 접종을 하는 것으로 제안받았다.


나는 한 달에 한번 찰리의 심장사상충과 외부기생충 예방을 위해 병원에 간다. 지금 다니는 병원은 집에서 아주 가까운 동물병원이고 수의사 선생님이 친절하고 자상한 편이다. 과잉진료 없이 모든 선택을 보호자에게 맡긴다. 이곳이 두 번째 병원인데 여기 수의사 선생님도 찰리의 치아에 대해서 언급했다. 확실히 전에 살던 곳에서 구강관리를 못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치석이 많이 껴 있는데 이게 심해지면 스케일링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강아지 스케일링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 전신마취라는 큰 벽을 마주해야 한다. (찰리에게 전신마취를 시키고 싶진 않아.) 나는 매일밤 찰리를 붙잡고 양치질을 시도한다.

처음에는 과일맛 나는 치약을 칫솔에 묻혀 찰리에게 먹였다. 강아지 치약이 사람 치약보다 비싸다는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며칠을 그렇게 하니 치약을 들고 다가가면 찰리는 꼬리 플러팅을 날린다. 하지만 본격적인 양치질이 시작되면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기 싫어서 발버둥을 친다. 그래서 양치질은 보통 찰리가 졸려 죽을 것 같아 할 때 시도한다. 힘이 빠진 상태라야 수월하니깐.

반가운 소식은 최근 병원에 방문했을 때 수의사 선생님이 찰리의 치아 상태가 나빠지지 않고 좋아졌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이전 상태에서 관리를 안 했으면 피가 나고 무조건 스케일링이 필요했을 텐데, 지금은 그 기한을 미루고 있는 셈이다. 양치질은 마치 내가 호흡기를 꽂아 연장 중인 것?


한동안 단순 예방 차원에서만 병원을 다니다가, 지난겨울 찰리에게 큰일이 있었다. 평소처럼 저녁 산책을 마치고, 나는 소파에서 쉬고 찰리는 하우스에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찰리가 물을 마시러 나오다가 뒷다리 한쪽을 절뚝였다. 너무 놀라서 "찰리야, 너 아파?"라고 물었지만, 개가 대답할 수는 없는 일. 아픈데도 말 못 하는 게 안쓰러웠고, 건강하던 강아지가 갑자기 아프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순간 눈물이 났다. 그런데 울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내가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찰리는 그런 나를 신경 쓴 듯 옆에 와서 애교를 부리더니 금세 멀쩡히 걸었다. 부모가 자식이 아플 때 이런 마음일까? 감정이입이 된 나는,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다시 활발하게 뛰어노는 찰리를 보며 ‘일시적인 건가? 단순히 쥐가 난 걸까? 다음 진료 때 수의사 선생님께 꼭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눈이 많이 온 어느 날이었다. 찰리가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앞발을 들더니 허우적거리며 넘어졌다. 웬만한 통증은 티도 안 내고 잘 참는 성격인데, 못 걸을 정도라니. 그러더니 냄새 맡는 것도 포기하고, 내게 안아 달라고 했다. 너무 놀라서 찰리를 안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물로 씻기고 다리를 마사지해 주었더니, 다시 멀쩡하게 뛰어다녔다. ‘다행이다’ 싶었지만, 다음 날 또다시 산책 중에 뒷다리를 구부리며 주저앉았다. 찰리가 못 걷고 나를 올려다봤다. 몸으로 “안아 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찰리를 안고 1.5km를 걸어왔다. 10kg에 육박하는 강아지를 안고 걷는 일은 쉽지 않았다.

찰리는 집에 오자마자 또 아무렇지 않게 뛰어다녔다. ‘도대체 어디가 아픈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걱정이 커진 나는 바로 병원에 예약을 잡았다. 혹시 뇌에 문제가 있는 걸까? 다리가 번갈아 가며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방문한 병원에서는 "현재 찰리 상태가 MRI나 엑스레이를 찍을 만큼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오히려 "눈이 많이 온 날, 염화칼슘에 발이 화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 걱정된다면 엑스레이를 찍을 수도 있지만, "강아지의 몸도 사람처럼 뼈, 근육, 힘줄, 혈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MRI나 엑스레이가 모든 문제를 잡아낼 수는 없다"라고 했다. 결국 당분간 눈이 없는 길을 골라 산책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며칠 동안 울면서 걱정하고, 펫보험을 찾아보고, 재활치료를 위한 독 피트니스 제품까지 알아봤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날 이후로 찰리는 더 이상 발을 절뚝이지 않았다. 건강하게 밥도 잘 먹고, 잘 뛰고, 잘 논다. 수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염화칼슘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다만, 이제는 산책하다가 걷기 싫을 때마다 내게 안아 달라고 한다. 덕분에 산책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찰리는 처음에 우리 집에 와서는 눈치를 많이 봤다. 그게 너무 마음이 쓰였다. 다른 강아지들은 산책 중에 뒷발차기도 하면서 자신감 뿜뿜인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 찰리는 눈치를 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리고 손을 가까이하면 두려워서 몸을 피했다. 혹시 전 집에서 맞은 건가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사랑이 전부였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찰리는 더 이상 눈알을 굴리며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제는 자기주장이 아주 확실한 강아지가 되었다. 산책 중에는 줄을 당겨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꼭 가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혹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려고 하면 버티기를 시도한다. 기억력이 좋은지 동물병원 근처 코너만 가도 다른 길로 새려고 한다. 그리고 냄새 맡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무조건 다가가는 진취적인 성향으로 바뀌었다. 특히 큰 개를 아주 좋아한다. 너무 활발한 강아지는 피곤해하고 조용하면서 자신이랑 비슷한 성향의 강아지 친구들을 좋아한다. '포동'이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그곳에 있는 강아지 성격테스트 DBTI 결과는 '허세 부리는 호기심쟁이'다. 검사 결과는 아래 이미지를 참고하면 좋다.



하나부터 열까지 찰리에게 모두 해당된다. 산책은 마킹지옥이다. 흔히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보호자가 강아지와 뛰면서 천천히 걷는 것을 상상할 테다. 하지만 우리는 다섯 보 걸으면 찰리의 마킹, 또 다섯 보 걸으면 마킹 말 그대로 마킹지옥이다. 집 안에서는 안 해줘서 감사할 뿐이다. 또 본인이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는데 그걸 세탁해서 널어놓으면 달라고 계속 난리를 친다. 혹 자고 일어나면 찰리의 기억에서 잊힐 줄 알았는데 일어나서도 장난감이 널린 곳 앞에 앉아 있는다. 또한 원하는 간식을 줄 때까지 시끄럽게 한다. 앞발로 모든 걸 긁으며 툭툭 친다. 가끔 찰리 때문에 화가 날 때도 있는데 내가 강아지랑 싸우는 건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중하려고 한다. 그만큼 찰리는 확실한 성격과 성향을 보인다. 예전에 그 눈치 보던 행동이 사라져서 좋기는 한데, 적당히 고집을 피웠으면 좋겠다.


집안에서는 얌전하고 밖에서는 용맹한 찰리야,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함께하자.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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