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윤 Sep 28. 2022

따스한 버섯밥 한 그릇

버섯과 자전거, 다카쿠라 에이지髙倉 栄诒와의 인터뷰

숲의 향기를 담은 가을 식탁, 버섯요리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사랑하는 가족과 식탁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먹는 따뜻한 밥 한 그릇에도 작지만 큰 행복이 담겨 있다. 일본의 전통적인 가정식 문화와 더불어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음식이지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만끽하게 하는 버섯 요리를 소개한다.
 

다카쿠라 에이지髙倉 栄诒와의 인터뷰





韓国の皆さん、こんにちは. 안녕하세요, 한국 친구들. 저는 일본 시코쿠의 작은 농촌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다카 쿠라 에이지髙倉 栄诒라고 합니다. 이제야 더위가 한풀 꺾였네요. 더위가 가시는 이맘때쯤이면 제가 태어난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떼어냈던 나무 미닫이문을 다시 걸어 답니다. 감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가지마다 주렁주렁 감이 열리는 마을인지라 가을이 깊어갈수록 마을에는 붉은빛이 점점이 박히곤 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가족의, 가족을 위한’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대대로 내려온 논이며 밭을 지나지 않고서는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저희 집으로 갈 수가 없었으니까요. 아버지의 형제들만 해도 일곱이었는데 모두 한 마을에 모여 살았으니 한집 걸러 한집이 모두 친척집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아버지까지 여덟 형제는 모두 할아버지를 도와 땅을 일구는 농사꾼들이었어요.


가을이면 고향 마을 향기가 제게는 향수로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때이지요. 눈을 감으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활활 타오르는 가을산과 가을비를 따라 짙어지는 나무 향기, 그리고 가을 버섯이 떠오릅니다.


일고여덟  무렵이었을까요?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였던 저는  서리, 알밤 서리에 싫증이 났습니다. 숨바꼭질을 하다 버섯 재배 온실에 숨어들었어요. 밖은 환하게 밝았지만 버섯 온실 안은 한밤처럼 어두웠지요. 잠깐이지만   후에야 맡을  있는 습한 나무 냄새와 따뜻하고 촉촉한 공기가 몸을 감싸던 기억이 생생하게 납니다. ‘이놈이  어디에 들어갔냐하며 불호령 하는 아버지에게  귀가 잡혀 끌려 나오기 전까지였죠.


이 가을, 여러분의 식탁은 어떻습니까? 여름 내내 무더위를 식혀주던 시원하고 담백한 음식들 대신, 추위를 대비해줄 기름지고 뜨거운 음식들이 오르기 시작하겠지요.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일본 농촌 가정인 저희 집의 식사는 언제나 ‘밥’이 중심이었죠. 식탁에는 밥, 국, 그리고 제철 재료로 만든 찬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중심이 되는 찬이 밥 속으로 들어가면 찬은 생략되고 그날의 식사는 한 그릇이 됩니다. 넓은 땅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고 살았다고 해도 저희 집이 부자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귀한 자연산 송이버섯 마츠타케를 찬으로 먹은 기억이 없는 걸 보면요.


대나무로 둘러싸인 나무로 만든 집에서 태어난 저는 나무 식기에 담긴 소박한 밥을 먹고 자랐어요. 22살까지 육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면 사람들은 농담인 줄 알더 군요. 식사는 제철 재료로 하는 반찬과 밥이 기본이었지요. 생선은 생선 장수가 마을을 돌 때 맛볼 수 있었어요.


소박한 식사에 비해 식기는 지금 생각하면 참 운치가 있었어요. 나무를 잘 깎아 만든 목기에 대여섯 번 옻 칠로 완성한 나무 식기를 사용했지요. 질감 좋은 나무 그릇에 담긴 갓 지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이면 부족할 것이 없었습니다.


밥을 지을 때면 어머니가 부르시던 노래가 귓가에 맴돕니다. ‘처음에는 약불로 천천히 천천히, 나중에는 강불로 세게 세게, 아무리 아가가 울어도 울어도 밥뚜껑은 절대로 열면 안 되지’. 초반에는 약불로 쌀알 안에 물이 스며들 시간을 주고, 나중에는 불을 올려 쌀을 익히지요. 여열로 충분히 익혀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서 뚜껑을 열었다가는 애써 지은 밥이 설익게 됩니다.


밥처럼 모든 것에는 때가 있지 않습니까? 저도 스물두 살의 그때는 급하게 뚜껑을 연 밥처럼 참 서툴고 설익었습니다. 지금의 저라면 그때 그 선택을 다시 할까요? 젊음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무렵, 어느 날 돌연 프로 사이클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느낌이 좋았다면 이유가 될까요? 둥그런 트랙을 쳇바퀴 도는 일본 경기장과 달리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지로 이탈리아 GIRO ITALIA’에서는 포도나무와 헤이즐넛 나무 사이를 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스무 살 무렵은 사이클 선수로 완성되어야 하는 때이지 입문기는 아니었죠. 하지만 그 시절 제게는 어떤 장애도 없었습니다. 브레이크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자동차처럼 직진만 직진만, 런던에서 로마, 로마에서 토리노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달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선에는 나갈 수 없었죠. 마치 영화 제목처럼 기가 막히게 대회 직전에 자전거를 도둑맞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영화처럼 청춘의 한때, 거리의 음악사가 되었어요. 그러다 멀리 타국에서 나무 피리 샤쿠하치를 불다 그 선율에 반한 지금의 이탈리아 인 아내를 만났습니다.


여러분은 행복을 어디서 찾으십니까? 저는 일과를 마치고 느긋하게 나무 욕조에 몸을 담그는 시간이 너무나 만족스럽습니다. 그러고는 아내가 준비한 나무숲의 향기를 가득 담은 버섯덮밥 한 그릇을 감사하게 받아 듭니다.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지요. 저는 평범함 속에 행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할 때는 그것이 행복인 줄 느끼지 못하 는 때가 많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문제없이 평범했던 그때가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행복이 멀리 있다고 여겨지시나요? 이 싸늘하고 생각이 깊어지는 가을 저녁, 느긋하게 욕조에 누워 목욕을 해보세요. 그리고 나무 식탁에 앉아 따스한 버섯 밥 한 그릇 하시지요.



오늘 저녁에는 평범한 밥 대신 가을을 가득 담은 별미 밥 어떠신가요? 표고버섯 향이 향긋하게 퍼지는 영양밥 한 그릇으로 간편하고 든든한 제철 밥상을 즐겨보세요.



< 이 가을, 간편하게 즐기는 향기로운 표고버섯 밥 >


재료: 햅쌀, 표고버섯, 소금 조금, 물 혹은 다시물


①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씻은 쌀, 물(혹은 다시물)을 넣고 쌀을 불려주세요. 물의 양은 쌀의 1.3~1.5배로 준비합니다. ② 손질한 표고버섯을 넣고 소금을 살짝 뿌려 뚜껑을 덮은 후 약불로 잠깐 두시고 센 불에서 끓기 시작하면 가장 약한 불로 줄여주세요. ③ 고소하게 밥 익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지 말고 불을 꺼주세요. ④ 뚜껑을 열기 전 적어도 10분은 뜸을 들여주세요. 양념장을 만들어 곁들이셔도 좋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버섯의 계절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