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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달 Sep 27. 2024

자해 | 나를 해치고 싶은 마음들

왜 스스로를 괴롭혀?

내 손목에는 십수 번도 더 꿰매어 직사각형의 크고 붉은 상처가 남아 있다. 어떤 시기에는 꿰맨 상처 위에 또 긋고 그어, 한 번에 세 개의 실밥을 손목에 달고 있는 채일 때도 있었다.

지금은 별 이상 없는 것 같지만, 수 차례의 약물 과다 복용으로 아마도 몸에 적지 않은 무리가 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느 날에는 우울과 불안을 참지 못해서, 어느 날에는 오늘까지 기어코 살아온 스스로가 너무 징그럽게 느껴져서, 또 어느 날에는 ‘너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으면 안 돼’하며 처형대에 내 등을 떠밀 듯이. 또 어떤 날에는 그저 눈 뜨고 싶지 않아서, 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자해를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자해를 최초로 시작했던 것은 중학생 때였다. 직무 스트레스 때문에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직무 스트레스와 스트레스 관리 능력 부족이 결정적으로 내가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데에 중요한 요인이 되기는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자해를 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침에 회사 가기가 그렇게 싫어서 커터칼로 손목을 마구 긋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회사에 간 적이 있었다. 회사에서 키보드를 칠 때마다 새어 나오는 피에 조금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일을 겨우 마치고 곧장 택시를 잡아서 저녁까지 되는 피부과에 방문했다.

그러나 일반 진료가 아니라 미용 관련한 피부과였기 때문에 내 상처를 봐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다시 헤매다가 겨우겨우 마감 15분 전쯤에 한 피부과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 병원에서는 내 상처를 보고 꿰매야 할 것 같은 상처라며 응급실 정형외과를 방문하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한 번도 꿰매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순간 겁이 났었던 것 같다.

그때가 자해로 인해 처음으로 봉합을 경험했던 때이다.




자해는 마약처럼 중독이 된다. 습관이 된다.

그 순간만 넘기면 되는 행동교정이 잘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서 자해할 생각이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반대로 조금만 힘들어도, 때로는 별 것 아닌 일에도 자해가 습관이 되어 버린 상황에선 툭하면 자해 충동이 물밀듯이 올라와 내 등을 떠민다.

머리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신체는 계속해서 그 자해를 요구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그 후로 자해를 정말 툭하면 했다.

눈썹칼로도 시도하고 커터칼로도 시도하고 하다못해 과도로도 해봤다.

꿰맨 횟수는 수 없다.

오죽하면 매번 꿰매러 간 병원에서, 의사가 차갑고도 직설적으로 내게 말했었다.


지금 뼈가 부러지고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야 하는데 ㅇㅇ씨가 계속 이렇게 일주일도 안 돼서 자꾸 그어서 찾아오고 꿰매고, 이게 무슨 의미이겠어요?
힘들어서 그렇다는 건 이해하지만, 다시 오시면 더 이상 진료 안 받을 겁니다.
이거 진료 거부가 아니라 진료 방해예요.


사실 나의 솔직한 감정으로는 머리로는 별 것도 아닌 일로 자꾸 꿰매러 가는 내가 들을 수 있는 충분한 말이라는 것은 이해를 하고 있지만, 그 말이 너무 날카롭고 차가워서

알겠어요. 다음에 또 그을 거면 그냥 신경을 끊고 동맥을 끊을게요.

하는 반항 아닌 협박 아닌 무언가 인성 무슨 일인지 모를(?) 말들이 떠올랐다.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항상 공허하고 허무하다. 그리고 우울하다.

어쩔 때에는 미친 듯이 화가 치밀고 뭐든 다 소용이 없게 느껴져서 콱 죽어버리고 싶다.

그럴 때 나는 그런 기분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화가 나거나 분노가 일 때는 보통 칼로 손목을 긋는다.

공허하고 어쩔 땐 죽고 싶고, 깨어나고 싶지 않을 때에는 약을 털어 먹는다.

그거 몇십 알, 많으면 백여 알 정도 먹는다고 딱히 죽는다는 생각은 안 해봤지만, 의도로는 그것도 자살시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많은 상담을 했었는데, 보통 상담사들이 공통적으로 내게 묻는 질문이 있었다.

자해를 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냐고.

잘 모르겠다.

무슨 효과와 기분을 바라고 한 걸까? 할 때에는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칼로 손목을 그을 때에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이 조금은 가라앉을 때도 있고,

초조하고 불안해서 이대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막막함이 조금은 해소될 때가 있기는 하다.

약물 과다 복용은....... 이후에 기억이 끊겨서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정신이 들어보면 간수치와 신장수치만 안 좋아진 결과를 안고 퇴원한 후였다...ㅎㅎ



내게 다소 충격적이었던 말이 하나 있다.

폐쇄병동에 잠깐 보호자 동의하에 타의로 갇혀(?) 있었던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치약으로 자해를 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걸 멍하니 보다가 간호사에게 말했다.

수간호사는 속상해하면서 내게 그랬다.


왜 ㅇㅇ님 스스로를 괴롭히세요?


정말 상투적이고 별 거 아닌 말인데도 그때 당시에 그 말을 들을 때는 멍한 기분이 들었다.

자해했다, 그동안 그렇게만 얘기했지 그걸 ‘내가 나를 괴롭힌다’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걸 깨달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자해행동이 사라지고 ‘날 괴롭히지 말아야지!’하는 결심이 섰다는 것은 아니다. 그럴 것 같았으면 진작에 이런 자해행동이 사라졌을 테니.

다만 인지하고 있다는 건 조금 다르다.

나는 나지만, 정말 엄밀히 따졌을 때, 나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중이다. 가해자로서.

그런 생각을 하면 아픈 스스로를 가해자로 칭하는 게 서글프면서도, 어쩐지 멈칫하게 되더라.


나는 그래서 별 거 아닌 그 말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비록 손목을 칼로 긋고 약을 과다복용 하면서도.

그 말은 내게 언제인가부터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이 되었다.




아무튼 그런 심한 자해행위가 처음 시작되고 나서 세네 번을 반복되고 난 즈음에야 나는 비로소 정신과를 방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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