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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달 Oct 19. 2024

사람 | 당신은 참 귀여운 존재입니다

복작복작한 세상에서

당신은 이 글에 어떻게 들어왔는가?


처음에는 읽을거리를 찾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쓱 내리다가, 문득 이 글의 제목을 발견하고 엄지 손가락 혹은 다른 손가락으로 토독 두드렸을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문득 생각하면 참 신기하고도 귀여운 행동이 아닌가?


은하수 구석에 있는 태양계의 지구라는 행성에서. 우주 먼지 한 톨보다도 더 작디작다는 인간들은 뭐가 그렇게 심심한지 저보다도 더 작디작은 네모난 기계를 만들어 열심히 손가락을 꼬물거린다. 뿐만 아니라 그 네모난 기계를 통해 온 세상과 소통한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이보다 더 하찮고도 영리한 존재가 있을까.


악동뮤지션의 노래 제목 중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가 있다. 그 노래에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 / 팔다리아 앞뒤로 막 움직이는 게 / 숨 크게 쉬면 갈비뼈 모양이 드러나는 것도 / 내 쉬면 앞사람이 인상 팍 쓰며 코를 쥐어 막는 것도 놀라워’라는 가사가 있다.


정말 우리가 움직이는 게 문득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걸어갈 때에는 왼쪽 팔이 나오면 자동으로 오른쪽 팔이 살짝 뒤로 가면서 오른쪽 다리가 앞으로 나오는 동작을 하며 걷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걷는 폼이 제법 어색하고 불편하다.


걸어 다닐 지구상 땅이 그렇게나 넓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룰이 있다. 하얀색 물감을 이용해 피아노 건반처럼 새하얀 직사각형을 여러 개 줄지어 칠하고 그 위로 다니자 약속했다. 우리는 꼬물꼬물 그 작은 손들로 우리보다 더 큰 철 막대를 세워 빨간불과 파란불을 심었다. 우리는 그 막대기에 초록불이 켜지면 피아노 건반 같은 하얀 선들을, 위에서 언급한 동작을 취하며 종종 걷는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귀엽고 똑똑하고 하찮을 수가 있나 괜히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머리칼을 젖게 하는 게 싫어서, 우리는 제법 똑똑하게 우산이라는 것을 만들어 머리 위에 쓰고 그 천 안에 숨어 다닌다. 이것도 좀 귀엽다.

악보를 쓰고 멜로디를 만들어 노래를 하고, 물감과 팔레트를 만들어서 그림도 그린다.

목이 추우면 목도리를 만들어 둘둘 감고, 귀가 시리면 동그란 귀마개를 만들어 귀를 감춘다.


우리가 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대부분의 평범하고 하찮은 것들이, 문득 비범하고 신비롭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바로 지금처럼.

평범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인간1’일지 모르지만, 당신은 제법 비범하고 신비롭고 귀여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꽤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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