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곳은 평행세계일지도
옆에 가족이 있는데도 외롭다. 그 가족들이 사랑한다고 안아줄 때에도 나는 한없이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친구들을 만나 무리에 섞여 있음에도 나는 그게 무엇을 향한 것인지도 모른채 막연한 그리움과 공허함을 느낀다.
가족과 친구와 나무와 우리집 내 방 옥수수색 바닥이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데도 나는 나 홀로 아무도 없는 깜깜한 우주를 목적 없이 부유하는 것만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신지훈의 <lonely heart> 의 도입 부분에서는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디에 있어도 외로운 마음예요.’라는 가사로 노래를 시작한다.
아,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렇게 어디에 있어도, 나는 나 혼자서 B라는 레이어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이렇게 공허하고 외로운 걸까?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여전히 레이어 B에서 홀로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만 같아서 늘 외롭고 공허하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혹은 그게 누구인지도 모른 채 매순간 무언가가 그립고 보고 싶고 또 먹먹하다. 그 무엇은 내가 바라는 A 레이어의 모든 것들일까, 혹은 ‘나’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