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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달 Oct 24. 2024

레이어 | 함께 있어도 외로운 마음

어쩌면 이곳은 평행세계일지도

레이어.


포토샵이나 드로잉 어플에 있는 기능이다.

나는 문득 이 세상이 포토샵이고, 우리는 포토샵의 레이어에 존재하는 객체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그리고 그 레이어는 총 두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나는 B라는 레이어에 그려져 있는데, 나를 제외한 세상 모든 것들은 A라는 레이어에 그려져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평행 세계 같다고나 할까.


분명히 눈으로 보이고, 소리가 들리고, 감촉도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세상 모든 것들은 내게서 너무나 먼 곳에 있었다.

가까이에 있음에도 그것들은 전부 손에 잡히지 않는, 나의 세계와 평행하는 무언가 같았다.





옆에 가족이 있는데도 외롭다. 그 가족들이 사랑한다고 안아줄 때에도 나는 한없이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친구들을 만나 무리에 섞여 있음에도 나는 그게 무엇을 향한 것인지도 모른채 막연한 그리움과 공허함을 느낀다.

가족과 친구와 나무와 우리집 내 방 옥수수색 바닥이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데도 나는 나 홀로 아무도 없는 깜깜한 우주를 목적 없이 부유하는 것만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신지훈의 <lonely heart> 의 도입 부분에서는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디에 있어도 외로운 마음예요.’라는 가사로 노래를 시작한다.


아,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렇게 어디에 있어도, 나는 나 혼자서 B라는 레이어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이렇게 공허하고 외로운 걸까?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여전히 레이어 B에서 홀로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만 같아서 늘 외롭고 공허하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혹은 그게 누구인지도 모른 채 매순간 무언가가 그립고 보고 싶고 또 먹먹하다. 그 무엇은 내가 바라는 A 레이어의 모든 것들일까, 혹은 ‘나’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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