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간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처음 다니기 시작하게 된 이유는 내 삶을 나태하게 보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의아해한다. 승진 생각이 있어서 다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저 내 삶을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서 다니는 중인데 그들에게는 그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보다.
대학원 수업에서 나이에 따라서 지적 능력이 변화하는 그래프가 나온 적이 있다. 상상력과 논리적 사고에 관한 곡선 그래프였다. 상상력은 어릴 때부터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논리적 사고는 상상력보다 비교적 완만하게 상승한다. 이는 학습이나 지적 능력의 영향이 상상력보다 논리적 사고력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주목한 것은 두 능력이 감소하는 시기였다. 그래프에 나타난 바로는 두 가지 능력 모두 성인기를 지나면서 완만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노화에 따른 인지능력 저하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상상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논리적 사고력도 나이가 들수록 떨어진다는 점은 내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논리적 사고력도 나이가 들수록 떨어진다는 점은. 어른의 지혜, 늙은이의 지혜라는 말을 어색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 분야에 경력이 많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걸 알려줬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들은 지식을 대신해 줄 수 있다. 그런 환경에선 앞의 주장이 설득력을 더했다.
그건 내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흔히 공무원을 평생직장이라고 한다. 이는 정년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할 수 있어서 그렇다. 그런데 내 경우는 조금 특수하다. 나는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스스로는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내 상상력과 논리적 사고력은 점차 떨어질 것이다. 그때도 과연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선생님일 수 있을까?
물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상상력과 논리적 사고력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배려라든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것을 배운다. 하지만 그렇게 핑계를 대더라도 여전히 상상력과 논리적 사고력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능력들이다. 그런데 내 부족함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받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내 능력들이 떨어져서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못하는 수준이 될까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늘어날 것이 걱정이다. ‘요즘 학생들은 이상해’라는 것이 내 상상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요즘 학생들은 말이 안 통해’가 내가 논리적 사고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들 또한 내가 대학원 수업을 통해서 얻는 것들이다.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니지만, 내가 나가야 할 방향성, 경계해야 하는 태도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이런 점들이 공부하면서 얻는 재미이고 도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