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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Jan 27. 2022

알바에 대한 단상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TV에서 알바몬 광고가 나온다. 광고 속 알바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정말 '열쓈히' 쓸고 닦고 미소 지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한때 자영업자였던 입장에서 잠시 멍하니 보았다.


 '와 저런 알바 오면 업어주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원래 저게 정상인데, 그래서 시급 주는 건데, 저 모습이 이리도 이뻐 보이는 건..., 당연히 내가 경험했던 상당수의 알바들이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간혹 '그 정상적인 알바'가 오면 그리도 이뻐 보인다. 그런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점점 무감각해진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흠... 예전만 못하네...'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자영업 시절, 정말 '인생 알바'로 손에 꼽을 정도로 성실했던 청년 '승철'이는 정말 내가 저 입장이라도 저렇게 성실할 수 있을까 할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그 성실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고맙다'라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그도 조금씩 퇴색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좀 더 시간이 지나니... 잘하는 것보다 예전만 못함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래도 그는 평균 이상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난 그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승철 씨 혹시 나중에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하지 마"

"그게 무슨 소리세요?"

"내가 가진 능력이 100이면 승철 씨가 첨 내게 보여준 건 거의 120이었던 것 같아"

"아.. 네..."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사람이 언제까지 120을 보여줄 수 있어? 그게 소위 말하는 오버 페이스잖아"

"그렇죠...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죠..."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부족하게... 그러면서 슬슬 페이스를 올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100을 보여주면, 사장은 감동할 거야, 뭐야!! 왜 갈수록 잘해?"

"아... 그건 일종의 사기잖아요? 100을 보여줄 수도 있는데 처음에는 좀 미숙한 듯하게 한다는 게..."

"아까 내 말에 수긍했잖아, 언제까지 쭉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어차피 사람이 내 최대 능력치 100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어, 그게 장기 레이스를 뛰는 자들의 운명이거든, 뒤쪽에 페이스 떨어지는 걸 감안해야지... 그렇하다 보면 결국 8, 90선에서 유지가 되겠지 그 정도만 해도 정말 잘하는 건데, 120을 하던 사람이 80을 보여주는 것과 80을 하던 사람이 100 찍고 다시 90을 하는 건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다른 거야"

"......"


청년 '승철'이 나의 조언을 어떻게 받아 드렸는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당시 우리 가게를 든든하게 받쳐 주던 알바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떠나고 새로운 알바가 들어왔을 때, 이 청년들이 얼마나 성실하고 고마웠던 사람이었는지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말이다.


'알바몬' 광고로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오늘의 단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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