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예술회관은 종종 좋은 예술 공연을 유치한다. 얼마 전에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돈키호테' 챔버 공연이 있어서 엄마를 모시고 보러 갔다. 공연장에는 인근에 사는 것 같은 어르신들, 꼬마들, 아저씨, 아줌마들이 모두 모여서 동네잔치 같은 분위기마저 들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부지런히 찾아보면 이것이 '문화 복지'인가 싶은 가성비 좋은 공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거기에서 '김창완 밴드'의 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눈이 번쩍 뜨였다. 지난 3개월간 공을 들인 일을 마무리한 날 나는 혼자 '김창완 밴드' 공연을 보러 갔다.
관객석은 꽉 찼다. 대부분 내 또래이거나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관객들이었다. 김창완 공연을 보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10년은 더 된 것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김창완과 그의 밴드가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관객석의 불이 꺼지고 김창완 밴드의 연주가 시작됐다. 김창완의 기타 소리가 정말 반가웠다.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의 기나긴 전주를 듣는 것도 감격스러웠다.
처음 몇 곡은 김창완의 목 상태가 안 좋은 건지, 아직 목이 풀리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공연장의 사운드 시스템의 문제인지 솔직히 전체적으로 소리가 좀 불안정했다. 몇 곡을 이어서 연주한 후 첫 번째 멘트 타임에서 김창완 특유의 친근한 인사말... "이게 얼마만이에요. 전화 좀 하지 그랬어요" 코로나가 진정되어 이렇게 공연장에서 조우할 수 있게 된 상황을 공유하며 관객석에서 기분 좋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관객에 대한 로커의 도발 멘트와는 전혀 거리가 먼... 무심하게 툭 던지는 한 마디. "지금부터 신나는 곡을 할 건데 맘에 들면 일어나든지... 맘에 안 들면 안 일어나도 되고..."
그리고 진짜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곡들이 시작됐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는데 어떻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몇 사람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두 번째 곡이 끝날 때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어서 있었다. 점잖게 앉아 있던 옆 라인 앞쪽 하얀 뽀글 머리 아주머니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나도 뽀글 머리다.) 그 장관을 어떻게 설명할까? 스탠딩 존 없이 좌석으로 채워진 공연에서 이렇게 올 스탠딩인 공연은 처음이었다.
아~~ 헤드뱅잉을 해야 하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 기름칠 안 된 삐걱거리는 몸뚱이로 소싯적 헤드뱅잉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몸이 마음을 안 따라 준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ㅜㅜ 둘러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흥을 주체할 수 없어 모두 스탠드업!! 하기는 했는데... 헤드뱅잉은 안 되지만 풋쳐핸즈업은 가능하니 모두 손 머리하고 박수를 치고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초창기 락페 좀 다녀 봤을 언니, 오빠들이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짓이 관광버스 춤을 못 벗어나는 웃픈 광경이었다. 아니 우리 모두 그 맘 아니까... 공연장 직원이 다니며 강제로 앉힐 때까지 충분히 신나게 놀았다.
관객석에는 김창완의 구순 노모도 계셨다. 어머님은 조용한 음악보다는 록을 좋아하신다고 한다. 나도 엄마랑 오래도록 재밌는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