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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티브스피커 May 28. 2022

마음은 락페인데 몸은 관광버스... 그래도 좋다

김창완 밴드 콘서트

나이가 드는 것이 좋은가? 나는 좋다.


우리 지역 예술회관은 종종 좋은 예술 공연을 유치한다. 얼마 전에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돈키호테' 챔버 공연이 있어서 엄마를 모시고 보러 갔다. 공연장에는 인근에 사는 것 같은 어르신들, 꼬마들, 아저씨, 아줌마들이 모두 모여서 동네잔치 같은 분위기마저 들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부지런히 찾아보면 이것이 '문화 복지'인가 싶은 가성비 좋은 공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거기에서 '김창완 밴드'의 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눈이 번쩍 뜨였다. 지난 3개월간 공을 들인 일을 마무리한 날 나는 혼자 '김창완 밴드' 공연을 보러 갔다.


관객석은 꽉 찼다. 대부분 내 또래이거나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관객들이었다. 김창완 공연을 보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10년은 더 된 것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김창완과 그의 밴드가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관객석의 불이 꺼지고 김창완 밴드의 연주가 시작됐다. 김창완의 기타 소리가 정말 반가웠다.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의 기나긴 전주를 듣는 것도 감격스러웠다.  


처음 몇 곡은 김창완의 목 상태가 안 좋은 건지, 아직 목이 풀리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공연장의 사운드 시스템의 문제인지 솔직히 전체적으로 소리가 좀 불안정했다. 몇 곡을 이어서 연주한 후 첫 번째 멘트 타임에서 김창완 특유의 친근한 인사말... "이게 얼마만이에요. 전화 좀 하지 그랬어요" 코로나가 진정되어 이렇게 공연장에서 조우할 수 있게 된 상황을 공유하며 관객석에서 기분 좋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관객에 대한 로커의 도발 멘트와는 전혀 거리가 먼... 무심하게 툭 던지는 한 마디.  "지금부터 신나는 곡을 할 건데 맘에 들면 일어나든지... 맘에 안 들면 안 일어나도 되고..."


그리고 진짜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곡들이 시작됐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는데 어떻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몇 사람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두 번째 곡이 끝날 때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어서 있었다. 점잖게 앉아 있던 옆 라인 앞쪽 하얀 뽀글 머리 아주머니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나도 뽀글 머리다.) 그 장관을 어떻게 설명할까? 스탠딩 존 없이 좌석으로 채워진 공연에서 이렇게 올 스탠딩인 공연은 처음이었다.


아~~ 헤드뱅잉을 해야 하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 기름칠 안 된 삐걱거리는 몸뚱이로 소싯적 헤드뱅잉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몸이 마음을 안 따라 준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ㅜㅜ 둘러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흥을 주체할 수 없어 모두 스탠드업!! 하기는 했는데... 헤드뱅잉은 안 되지만 풋쳐핸즈업은 가능하니 모두 손 머리하고 박수를 치고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초창기 락페 좀 다녀 봤을 언니, 오빠들이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짓이 관광버스 춤을 못 벗어나는 웃픈 광경이었다. 아니 우리 모두 그 맘 아니까... 공연장 직원이 다니며 강제로 앉힐 때까지 충분히 신나게 놀았다.


관객석에는 김창완의 구순 노모도 계셨다. 어머님은 조용한 음악보다는 록을 좋아하신다고 한다. 나도 엄마랑 오래도록 재밌는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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