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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Mar 31. 2020

터프함과 혼자 놀기

나는 터프한 사람을 싫어한다

유튜버로 유명한 어떤 사람에게 "평소 어떤 사람을 싫어하세요?"라는 질문을 하는 영상을 보는데 "터프한 사람요" 한다. 나는 무릎을 딱 쳤다. 저런 대답을 처음 들어봤다. 터프해서 좋다는 소리는 많이들 하는데 남자분이 터프한 사람을 싫다는 멘트는 이상하게 신선하더라고. 마음에 들었다.

곰곰 생각하니 내가 딱 그렇더라고. 남성으로 따지면 마초 기질이 있는 사람은 딱 질색이고, 남녀 할 것 없이 오만 것 간섭하는 사람도 내가 많이 싫어하더라고. ㅋㅋ 그게 딱 터프한 사람의 한 부분일 것이다는.

터프한 사람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혼자 노는 것의 범위 안에 양해 구하지 않고 불쑥불쑥 들어와서 마구 헤집어서 많이 싫어한다. 작은 모임을 하더라도, 개별 약속을 하더라도, 대부분 자기 맘대로 행한다. 음식 하나만 보더라도 안 물어보고 아무거나 주문하고는 우격다짐으로 맛있다며 먹기를 강권하는 사람들, 대부분 스스로 터프하다고 생각한다. 질색이다.

언젠가, 나에게 뭐 도움받았다면서 밥 한 끼 대접하겠다는 '어쩌다 아는 분'이 있었는데, 식당을 일방적으로 그분이 잡았다. 내가 고기 별로 안 좋아해요, 하는데도 "향숙 씨 내가 소고기 사 줄라고 해. 그 비싼 거 내가 사 주고 싶어서 그래" 하면서 끝까지 그 집을 잡더니, 한 두 젓가락 먹고 거의 안 먹는 나를 보고는 '이 비싼 것'을 안 먹는다며 어찌나 서운해하고 툴툴거리던지. 그 이후, 나는 그분을 의도적으로 피했고 지금은 단절이다. 아니 좋아하는 사람만 보고 살기도 바쁜데, 뭘 안 맞는 사람들까지 보고 사냐 말이다. 이런 우격다짐 완전 질색이다. 이 분도 평소 자신을 터프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같은 맥락으로 오만 거 간섭하는 사람도 별로다. 그냥 자기 갈 길 가면 되는데 남의 취향적 선택까지 간섭하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유형의 성격, 다른 터프함을 지녔다 생각한다. 그런 사적인 것에는 간섭을 하면서 정작 사회 문제에는 방안 퉁수인 사람들, 그냥 불편하고 싫다.

사실 터프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타인을 자꾸 자신의 그물망에 넣으려 한다. 그러니 쓸데없이 간섭하고,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면서 타인이 자신을 안 맞추어 준다며 징징거리고 소리친다. 그냥 혼자 노는 것을 못 하는 사람이고, 해 본 적도, 시도해 본 적도 없는 사람들 유형이 대부분 이 터프함에 들어가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유형을 싫어하는 것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 이런 내 성격이 한몫하는 것 같다. 원래 혼자 있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고, 원래 혼자 노는 걸 잘하는 사람이다 보니, 지금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가 무슨 쉼표 같다. 다행이다. 잘 충전하고 있어서.

아침 햇살이 커튼 너머 창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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