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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Apr 03. 2020

작년 오늘

봄이었구나

어릴 때 진짜 꿈은 방송인이었다. 그것도 다른 장르 말고, 전문 MC 쪽. 간간히 라디오 방송에 무슨 초대손님으로 나가 보기도 했고, 어릴 때부터 무슨무슨 행사에서 진행을 맡기도 했는데,  다들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나 스스로도 흡족했다. ㅋㅋㅋ

조금씩 어른 되어 가면서도 내가 느끼는 평가는 강연자보다 진행자를 더 잘한다는 생각이었다(아님 말고). ㅋㅋ 지금도 강의에 대한 목마름보다 진행에 대한 목마름이 조금 더 크다.

강사 되어 방송 출연 이야기를 어느 분이 했는데 한사코 마다했다. 그렇게 방송을 하고 싶다고 마음먹었음에도 함부로(?) 방송 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나이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더 했다. 얼마나 다행이냐.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 것이. 그것이라도 챙길 줄 아니 다행이다고 마음먹는다.

방송인이 꿈이었지만, 그걸 못 해서 아쉽거나 다시 꿈을 꾼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 오히려 안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계속 들뿐이다. 개인주의 자유형 인간이 방송인이 되었으면, 나는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니했다면 뭐든 라디오 방송 딱 하나만 오래오래 하고 있을 수도 있고(시켜 주면).

봄날이 어느덧 깊게 와 있다. 출근길 목련은 이미 시들었고, 개나리와 벚꽃이 서로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주변인들에게 인사한다. 봄인지, 꽃이 피는지 느낌도 없이 3월을 보내고, 다시 4월이 왔는데... 흐느적거리는 옛날 희망사항들이 들어왔다 나간다. 기승전 머리가 복잡하다는 이야기이다.

꿩 대신 닭처럼... 나는 무엇을 부여잡고 있는지. 그거 나한테 물어보고 있다. 지금.

ㅡㅡㅡ
출퇴근 오가며 꽃은 봤으나, 찍은 사진은 없구나. 만사가 다 귀찮다는 뜻이다. 지랄도!!!


20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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