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노을에 스며든 맹세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산을 빠져나온 의병들은 한적한 강가에 몸을 숨겼다. 물결이 찰랑이며 바람을 타고 흔들렸다. 거북선 깃발이 그 옆에서 조용히 나부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김명규가 조용히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여전히 강렬했다. 장혁이 강물 위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을 건너 서쪽으로 가야 한다. 일본군이 남쪽을 장악했으니, 북쪽에서 지원군을 만나야 한다.”
박차정이 물수건을 짜며 말했다.
“이렇게 숨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놈들은 더욱 우리를 얕볼 것입니다.”
그 순간, 바람이 강물 위를 스쳤다. 저 멀리서 작은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뱃사공이 몸을 숙이며 신호를 보냈다.
“잠깐만.”
김갑이 재빨리 손을 들어 멈추게 했다. 의병들은 순간 긴장했다. 적일 수도, 아군일 수도 있었다.
배가 가까워지자,
한 노인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의병님들 이시지요?”
그의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로웠다. 장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드릴 것이 있소?”
노인은 배에서 쌀자루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것은 우리 마을 사람들이 모아둔 식량이오. 그리고 강을 건너는 길을 알고 있소.”
박차정이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에 노인의 손이 닿았다. 한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었다.그것은 같은 뜻을 품은 자들의 맹세였다.
그날 저녁, 의병들은 노을 속에서 강을 건넜다. 강물이 붉게 빛나며, 그들의 길을 비추고 있었다.
독립운동과 민간인의 지원 - 독립군과 의병들은 종종 지역 주민들의 지원을 받아 식량과 이동 경로를 확보하였다.
강을 이용한 이동 전략 - 일본군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강을 이용한 은밀한 이동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주요 전략 중 하나였다.
박차정 (1910년~1944년) - 의열단의 여성 독립운동가로, 항일 전선에서 직접 전투와 정보전에서 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