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렇게 찬란한 계절이 너울너울 웃음 짓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노동의 현장일 뿐인 이 공간에서 우리는 웃고 떠든다. 푸른 잎사귀에 가시거리가 완전하지 않은 하늘에, 그래도 좋은 날이었을까. 이름은 모르지만 내 검지 손가락만 한 곤충 한 마리가 차 보닛위에 앉았다가 차문 열고 닫히는 바람과 압력에 휩쓸려 차 안에 들어와 결국 죽었다. 아이스커피를 들고 있던 내 손은 죽은 벌레를 집어 던졌다. 햇살은 가득히 마음도 웃자란 어느 날, 무언가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게 된다. 어딘가에서 지진과 바람에 쓸려 몇십 명이 죽었다는 별 감흥 없는 뉴스처럼 이름 모를 곤충이 죽은 것도 별 감흥 없었다. 저 멀리 소실점을 바라보니 눈꼬리만 사위어간다. 정녕 의미 없는 죽음일까. 도대체 내게 의미 있는 죽음은 무엇일까. 아버지의 죽음에도, 나는 여태 밥 잘 먹고 잘 살아있다. 나는 누가 죽어야 밥이 안 넘어갈까.
* 장소 : 전라남도 보성군
* 사진, 글 : 나빌레라(navill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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