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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선 May 31. 2024

금요일

시계를 보는 눈동자들이 초조하다. 아직 30분이나 남았다구. 그렇지만, 컴퓨터를 벌써 끄고 싶어. 꼭 이럴 때 업무 메시지 보내는 사람 있더라? 아 또 왜 나 부르는 거야. 지금 이 시간에? 일단, 컵을 미리 씻어두자. 머그잔을 씻고, 화장실도 미리 다녀오고. 머리도 한 번 더 매만지는 거지. 거울로 옷매무새도 한 번 더. 날씨는 왜 또 이렇게 쨍한 거야. 괜히 가방을 뒤적뒤적. 립스틱과 팩트도 챙겨서 가방에 넣고. 시간아, 뒷걸음질 치면 안 돼. 눈동자 구르는 소리들이 초침 흘러가는 소리보다 크다.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는 심각하게 다급하고, 모든 준비(?)가 끝난 사람들은 발가락을 꼼지락댄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나갈 거야. 이제 조금 있으면. 로켓 발사도 이렇게 할까. 5. 4. 3. 2. 1.


신발을 갈아 신고, 사랑스러운 표정들로 인사를 한다. 주말 잘 보내세요. 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얼른 퇴근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주차장의 차들의 엔진이 돌림노래하듯 경쾌하다. 차 창을 내린다. 서서히 유도선을 따라 빠져나간다. 도로에 이미 차들이 조금씩 들어차기 시작한다. 쏟아져 나오는 햇살 같다. 쏟아져 나오는 시간들이 사람들의 웃음 같다. 바쁘지 않지만 바쁜 척 기차역으로 간다. 시간은 충분하지만 마음은 충분하지 않다. 제한속도 80킬로미터에 겨우 맞추며 외부순환도로를 통과한다.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는 무조건 상큼하다.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다. 나는 발사된 금요일이다. 주차를 하고 기차를 타러 걸어 오르막을 내리막처럼 걷는다. “이제 막 역에 도착했어. 열차 출발하면 다시 연락할게.” 한 통의 메시지를 보내고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오늘은 무슨 음악을 들을까, 음악이 귀에 들어오기나 할까. 발사된 내 마음은 이미 우주에 도킹했다. 나는 지구인이 아니다. 금요일만. 일요일 오후에 비상착륙하기 전까지만.


https://youtu.be/QGl3Q_OhlhQ?si=jYKzhVn5Angwm4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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