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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베짱이 Dec 01. 2022

새하얀 깍두기 [티코]

자동차 대마왕(1)

나는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에 진심이었다.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면서 그 이름과 생김새를 매치시키고 다음에 같은 종류의 차량이 지나갈 때면 마음속으로 자동차 이름을 맞추는 놀이에 푹 빠져있었다.

높은 건물에 올라갈 기회가 있을 때면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자동차의 지붕(?) 생김새까지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차량의 특징을 기억하곤 했으니 가히 나는 자동차에 푹 빠진 '자동차 대마왕'이라 불릴 만했다.

'자동차 대마왕'은 내 별명이나 누가 그렇게 불러준 호칭은 아니다. 그냥 '자동차 마니아'보다는 좀 더 친근감 있게 느껴지고 또, 자동차에 관한 전문성이 하나도 없는 단순 '마니아'다 보니 어울릴법한 이름 같아서 스스로 붙여 본 것이다. 

아무튼 나는 지금도 아들과 드라이브를 할 때면 가끔 지나가는 차량의 제조사와 이름 맞추기 게임을 할 정도로 자동차를 너무나 사랑한다.


이번 '자동차 대마왕' 시리즈에서 나는 내가 운전을 시작한 대학 2학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탔었던 차량들을 소개하면서 그 차량들과 얽힌 추억담을 소환해 보고자 한다. [티코]를 첫차로 지금의 [BMW 520I] 차량까지 총 15대를 바꾸어 타면서 겪었던 세월의 흔적을 따라가 보면 그때 그 시절 재미있거나 혹은 슬픈 추억들이 한아름 쏟아져 나오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참!

"야~ 또 차 바꿨어? 돈은 언제 모으려고 자꾸 차를 바꾸냐?!"라고 핀잔주시던 형과 부모님,

"이야~ 이번엔 새 차야 중고 차야? 부럽다~ 나도 좀 타보자~"라며 바뀐 차를 보면서 군침을 삼키던 친구 녀석들의 대사는 귀에 박히도록 들었으니 이번 시리즈를 읽는 동안 혹시라도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면

"미쳤구먼~ 그냥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가 보다"라고 무시해주기를 당부드린다.


대학 1학년 때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자마자 나는 이제부터 공식적인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학생이라 돈이 없어 차를 살 수는 없었지만 형이나 삼촌 또는 선배의 차, 아니면 아르바이트했던 예식장의 주차장에서라도 떳떳하게 차를 운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부터 차에 대한 호기심이 무엇보다 강했던 나는 삼촌이 운전하는 차량이나 큰 형님(나랑 나이차가 꽤 난다)의 차에 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운전하는 손과 발에 내 정신은 온통 꽂혀있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형을 졸라 배운 기어 조작과 클러치, 브레이크, 액셀 페달 밟는 순서들을 익히고 가끔은 운동장이나 공터에서 형 차를 운전하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했었다.


대학 1학년 때 예식장 주차장에서 몇 번 알바를 했는데 아주 가끔 예식에 늦은 손님들의 차량을 주차하는 도우미를 자청하기도 했었다. 물론, 면허 없이는 절대 안 되는 일이었지만 운전을 좀 해봤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근무했던 동기에게 비밀로 하라며 잠시 대행 주차를 해주곤 했었다. 그때 흘렸던 식은땀을 생각하면 운전면허증은 나에게 삼국지의 여포가 적토마를 얻은 느낌이랄까? 그 정도로 완벽한 무기를 획득한 느낌이었다.


나는 대학 2학년이 되면서 차를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1학년 말 해군사관후보생 시험에 합격하면서 2학년부터는 국가에서 전액 장학금이 지급되었다. 집이 시골에 있던 나는 도시로 유학(?)을 오면서 회사에 다니는 막내형과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자취방이 학교에서 꽤나 거리가 있어 버스를 타거나 힘들게 걸어 다녔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짜낸 자작극은 이랬다.


막내형에게 먼저 학교 다니는 교통편이 불편해서 오토바이 한 대를 사고 싶다고 졸랐다. 그때는 형과 자취를 하는 상태라 무슨 일이든 부모님보다 형에게 상의하는 게 순서였다. 철없던 나는 장학금도 전액 받으니까 오토바이 한 대 사달라고 호기와 때를 써가면서 며칠째 형을 성가시게 했다. 마침내 형은 허락했고 어머니에게까지 얘기가 들어가면서 오토바이가 중고 경차로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중학교 때 몰래 작은집 아저씨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가 해 질 녘에 도착한 나는 엉엉 우시면서 내 등짝을 때리시는 어머니의 추억이 남아 있었다. 그 후로도 어머니는 내가 또 몰래 오토바이를 탈까 봐 자주 걱정을 하셨기에 분명 반대하실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그때 대안으로 소형 자동차를 꺼내봐야겠다는 계획을 짜낸 것이다. 그런데 형과 어머니는 내 성격을 잘 아셨기에 상의 끝에 중고 자동차로 결정을 하셨던 것이다. 군대 장교로 6년을 보낼 막내아들이 몸값(?)으로 타는 국가 장학금이 마음에 걸리셨던 어머니 마음을 나는 그때 그렇게 해석하고 있었다. 막내형에게 한참이 지나서 그때 어머니 마음을 듣고는 죄송한 마음에 코끝이 찡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나는 대학 2학년 봄에 생애 최초의 내 차를 가질 수 있는 그 당시 흔치 않은 행운아가 되었다.

형과 상의 끝에 가격과 초보임을 감안하여 선택한 차량이 바로 중고차 [티코]였다. 그 시절 첫 경차로 출시되어 나 같은 초보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차량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몇 날 며칠을 설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새하얀  깍두기 같은 [티코]가 나의 인생 첫 애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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