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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베짱이 Feb 11. 2023

이명

매미가 산다

내 귀 안에는 매미가 산다

왼쪽에 서너 마리, 오른쪽 한 마리

왼쪽에선 낙오된 한 마리를 찾는 걱정의 울음

오른쪽은 무리를 찾는 절절한 울음

두 울음이 한데 모여

온종일 시끄럽다


매미를 떼어놓기 위해 길을 나섰다

세상으로 걷다 보면 매미가 날아갈까

숲길을 지나치면 매미가 이사 갈까


한참 동안

걷다 보니 매미를 잊어버렸다

아니면 매미들이 긴장해서 숨어버렸을까

어느새

나의 귀는 세상의 소리를 담고

아내와 아들의 목소리를 담느라 분주하다


집에 오자

이때만을 고대한 듯

매미들이 한데 섞여 울음을 짠다

왼쪽 매미들과 오른쪽 매미가

서로를 찾았다고,

신나서 울어재끼는

환희의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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