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불러 세워 놓고
지금 어디쯤에서 서성거리고 있는지
넌지시 물어본들
돌아오는 대답은 황량하다
심해를 헤엄치는
이름 모를 물고기가 되어본들
나아갈 수 있는 끝자락은
내 마음이 닿을 수 없는
미지의 동굴을 관통하지 못하고
돌아서버린다
우거진 밀림 속을 헤매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을 잃은
처량한 마음 한 덩이도
이내 지친 기색이 역력하여
폭포로 향해 나아가는 물줄기에
몸을 뉘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칠흑 같은 밤길을 따라 나선들
마음 숨겨둘 곳 없는 세상만 한가득
시무룩해져 돌아와
불도 켜지 않은 방 안에서
빙빙 돌다가 주저앉은 채
잠이 들었다
마음 같아선,
마음을 벗어 세탁기에 처넣고
깨끗하게 세척하여
봄햇살 좋은 아침부터
내다 말리고 싶지만
벗겨지지 않는 마음은
온몸에 착 달라붙은 거머리처럼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