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길 위로
우두커니 서 있는 그림자 하나
내 것인가 싶어 다시 걷다 돌아보아도
그 자리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않을 때,
나는 비로소
가던 길을 멈추어야 함을 알아야 한다
뚜벅뚜벅 걷다 보면
따라오리라 믿었던 그림자 하나
등으로 흐르는 땀을 식혀줄
나무그늘 아래로 찾아들었을 때,
그늘에 누워버린 그림자를 마주하며
나는 비로소
오롯이 쉬어가야 함을 알아야 한다
처음 보는 낯선 길로 막 들어설 때면
고개 숙인 채 터벅터벅 그림자 하나
용기 잃은 병사처럼 머뭇거릴 때,
나는 비로소
담대하게 손을 잡아야 함을 알아야 한다
막다른 길 앞에서 당황하여도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온 그림자 하나
내가 주저앉아 울고 싶어 질 때,
그 옛날 나에게서 배운 그대로
그림자는 비로소
나를 껴안아 일으켜줄 그 무엇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