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쉼표,
16화
검/은/비/행/선
by
글짓는 베짱이
Jul 2. 2023
아래로
잔뜩 화난 듯이
찡그린 검회색 하늘에서
쏘나기라도 퍼부을 듯
찐득하고 습한 공기방울들
아까부터 얼굴 주변을
뺑글뺑글 돌다 돌아
이마에 주저앉았다가
볼타구에 걸터앉았다가
슬며시 머리 숲에도 착륙하는
똥파리 한 마리
날씨 탓인지
똥파리 탓인지
짜증스러운 기분 탓인지
남 탓인지 내 탓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무엇의
탓인지
잠시 벽에 달라붙어
앞다리로 얼굴을 닦고 있는
경계 늦춘 똥파리
조심스레 내 손은
똥파리 뒤편에서
거대한 그물을 치듯
부처님 손이 되어간다
똥파리를 날아오르게
바람을 일으켜
재빠르게 낚아채면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똥파리의 날갯짓
힘차게 바닥에 내팽개치면
바닥에 처박혀
파르르 떠는
똥파리의 처절함
오늘따라
하찮은 똥파리가
안쓰럽고 불쌍해져
다시 보고
또다시
들여다본다
한참 후
다시
그 똥파리를
찾았을 때
정말이지
다행스럽게
유유히 날아다니는
검/은/비/행/선
keyword
파리
비행
시
Brunch Book
쉼표,
14
달, 구름, 꿩, 사냥꾼
15
변비
16
검/은/비/행/선
17
서해수호의 별들이 지다
18
그림자 하나
쉼표,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5화)
21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글짓는 베짱이
직업
에디터
삶의 특별한 경험을 소재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웃음과 감동을 공유하고, 일상에서 느끼는 감성의 변화와 정보의 가치를 소중하게 전달하는 맛깔나는 글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팔로워
44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15화
변비
서해수호의 별들이 지다
다음 1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