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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쉼표,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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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베짱이 Mar 05. 2023

마음 같아선,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불러 세워 놓고

지금 어디쯤에서 서성거리고 있는지

넌지시 물어본들

돌아오는 대답은 황량하다


심해를 헤엄치는

이름 모를 물고기가 되어본들

나아갈 수 있는 끝자락은

내 마음이 닿을 수 없는

미지의 동굴을 관통하지 못하고

돌아서버린다


우거진 밀림 속을 헤매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을 잃은

처량한 마음 한 덩이도

이내 지친 기색이 역력하여

폭포로 향해 나아가는 물줄기에

몸을 뉘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칠흑 같은 밤길을 따라 나선들

마음 숨겨둘 곳 없는 세상만 한가득

시무룩해져 돌아와

불도 켜지 않은 방 안에서

빙빙 돌다가 주저앉은 채

잠이 들었다


마음 같아선,

마음을 벗어 세탁기에 처넣고

깨끗하게 세척하여

봄햇살 좋은 아침부터

내다 말리고 싶지만

벗겨지지 않는 마음은

온몸에 착 달라붙은 거머리처럼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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