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이름은 댕댕이. 나를 소개할게.
나는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어느 펫샵에서 첫 가족을 만났어. 그때 이름은 땅콩이야. 원래 엄마, 아빠 둘이 살았는데 어느 날 동생이 태어난 거야. 엄마와 아빠는 나보다는 동생을 더 챙기게 되었어. 뭐 그럴 수 있지. 전에 많은 사랑을 받아서 괜찮았어. 그런데 문제는 동생이 나를 자꾸 괴롭히는 거야. 갑자기 우다다다 기어 와서 다리를 휙! 잡는다거나 털을 한 움큼 쥐어 잡고 뜯는다거나. 처음에는 참았지. 내가 그래도 형이잖아. 그런데 점점 그 정도가 심해지는 거야. 엄마, 아빠가 말려도 자꾸 그러니까 너무 화가 나서 왕!!! 하고 겁을 줬어. 동생이 와락 울어버렸지. 그때 너무 많이 혼났어. 자주 혼나도 서운함이 쌓이니까 동생이 더 싫어졌어. 그래서 한 번은 무는 척을 했지. 그래서 그랬을까. 엄마, 아빠가 나를 새로운 가족에게 보냈어.
두 번째 가족은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누나야. 우리가 만난 게 2017년도니까 8년 정도 같이 살았나 보다. 처음에 가족이 바뀌었을 땐 너무 화가 나고 무서웠어. 처음 보는 사람이랑 갑자기 같이 살라고? 엄마, 아빠에게 너무 서운했어. 며칠 있으면 나를 데리러 올 줄 알았는데 안 오는 거야. 상황을 이해하기까지 일 년이 걸렸어. 이 누나가 자꾸 자기가 나의 ‘누나’래. 아니, 언제 봤다고 가족이라는 거야. 이해가 안 됐지. 안 그래도 만지는 걸 싫어하는데 만난 지 며칠 안돼서 목욕을 시키는 거야! 왜냐하면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여러 번 토했거든. 나는 물고, 누나는 울고 서로 힘들어하며 목욕하기도 했어. 또 왕왕 짖어대니까 원룸 주인 할머니가 우리를 쫓아냈어. 누나는 결국 이사를 했지. 새로운 집에서도 내가 너무 짖어대서 여러 번 쪽지를 받았어. 그래서 누나는 항상 나를 데리고 다녔어. 혼자 있으면 불안해서 계속 하울링 했거든. 매일매일 산책하고, ‘기다려’ 공부도 열심히 했어. 그러다 한번은 엄마, 아빠 같은 사람이 아기를 데리고 나온 가족을 봤어. 혹시 우리 엄마인가? 하고 유심히 쳐다봤지만, 아니었어. 그 이후 다시 데리러 오지 않을 엄마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어. 그리고 누나와 사는 걸 즐기기로 했지.
5.5kg.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지금 키에 딱 좋은 몸무게, 누나보다 더 많이 미용실을 방문하며 관리하는 갈색 털, 잘 튀겨진 후라이드 치킨 같은 나의 긴 뒷다리 그리고 작은 얼굴이 나의 매력이야. 길이가 짧은 주둥이 덕에 좀 더 귀여운 얼굴이지. 아! 모델 워킹도 나의 매력이야. 도도한 듯 총총총 걷는 게 뽀인뚜. 누나가 자기 옷보다 내 옷을 더 많이 사는 덕에 항상 귀여운 옷을 입고 다니지. 요즘 크롭이 유행이라 그런지 자꾸 그런 옷을 입혀. 패딩도 색깔별로, 베레모 모자도 여러 개, BYC 정품 할매 김장 조끼나 빨간 내복까지 기분 따라 상황 따라 입을 옷이 많아. 누나 친구들도 자기보다 옷이 많다고 부러워해. 그래서인지 내가 지나갈 때면 사람들이 '너무 귀엽다~'라고 해줘. 다들 쓰다듬고 싶어 하지. 하지만 안 돼. 나, 조금 쓰다듬어주면 뒤집어서 배 까는 그런 강아지 아니야. 날 만지려면 큰 용기를 가져야 해. 왜냐하면 만지는 순간 콱! 물어버릴 거거든. 동생이 함부로 만졌던 기억 때문에 누가 만지는 걸 싫어해. 나를 쓰다듬을 수 있는 건 우리 누나뿐이야. 누나 손도 많이 물었지. 지금은 내가 많이 참아주고 있어. 하지만 누나도 내가 허락하는 이상 만지면 물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