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역할이 귀염둥이만 있지는 않아. 집도 잘 지켜. 그런데 혼자 있을 때는 안 지켜. 나만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해치려고 들어오면 어떡해. 나도 무섭단 말이야. 사실 겁쟁이야. 집을 지킬 때는 오로지 누나랑 같이 있을 때뿐이야. 아무리 겁쟁이라도 누나는 지켜줄 수 있지! 조금이라도 밖에서 소리가 나거나, 초인종을 누른다면 있는 힘껏 짖어서 놀라 달아나게 만들어. 이때 아주 사납게 짖어야 해. 그래야 다시는 들어올 생각을 안 하지. 흉통이 커서 그런지 우렁차게 짖기를 잘해. 그래서 주변에서는 힘들어해. 소리가 너무 크다나 뭐라나. 귀가 찢어지겠다나 뭐라나. 사실은... 비밀이야! 우렁차게 짖을 수 있는 이유가 누나라는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이야.
흔히 생각하는 강아지는 '사람 좋아용, 쓰담쓰담 좋아용, 뭐든 다 좋아용, 헤헤헤' 겠지만 나는 아니야. 의사 표현을 잘하고 주장이 확실하지.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가 명확하달까. 그래서 강아지 모습을 한 고양이라고 누나는 이야기해. 내가 먼저 다가가서 비비고 애교부리는 건 괜찮아. 하지만 너희가 먼저 만져서는 안 돼. 내 몸은 내가 허락할 때만 만질 수 있다. 그리고 어떨 때는 사람 같다고 할 때도 있어. 차 타고 가다가 목적지 근처에 가면 자다가 일어난다거나, 누나가 먹는 음식을 함께 먹으려고 할 때 말이야. 내가 좀 똑똑해. 푸들이 영리한 강아지 2위라는 이야기 들은 적 있니? 너무 똑똑해서 귀찮을 때는 알면서도 모른 척하기도 해. 나는 더 뛰어놀고 싶은데 누나가 오라고 할 때나, 자고 있는데 부르거나 그럴 때 말이야. 장난감 안에 있는 간식을 꺼내기 귀찮아서 안 먹어버릴 때도 있어. 그냥 좀 주지. 꼭 힘들게 빼먹게 한다니까! 그럴 때 쉽게 간식을 얻는 방법이 있어. 바로 쉬아하기야. 화장실에 쉬아하면 간식을 줘. 그래서 간식을 먹고 싶을 땐 쉬아를 쥐어짜.
내 소원은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누나랑 같이 사는 거야. 내가 누나 말동무도 되어주고, 아주 가끔 애교도 보여주고, 심심하지 않게 말썽도 부려줘야지. 테이블 위에 먹다 만 음식을 누나 잘 때 먹으면 꿀맛이야. 그리고 배달 음식 많이 시키는 누나를 지켜주기도 해야 해. '이 집에 사나운 개 있다!!!' 하고 말이야.
이제 만 12살이 되었어. 귀여운 얼굴만 보면 아직 아기 같지만, 꽤 나이 먹었다우. 벌써 12살이라니! 내일 친구들이랑 생일 파티 하려고. 히히. 신난당. 그럼 난 이만 자야겠어. 잘 자야 내일 윤기 좔좔 예쁜 상태로 친구들 만나지. 내 소개는 여기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