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질환자의 생존형 요가
나는 많은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중 일부는 '만성통증 고통자'와 '생존형 요가인'이다. 인지하지 못했던 시간들동안 몸이 틀어지면서 목어깨, 골반과 허리, 무릎 등에 만성통증이 주렁주렁 메달리게 되어 '만성통증 고통자'이고, 이 통증들을 매일매일 청소해야만 덜 아프게 살 수 있기에 '생존형 요가인'이다.
그러나 오늘은 너무나 요가를 하기가 싫은 날이었다.(사실 매일 그렇다.) 나의 또다른 만성질환 중 하나인 어지럼증이 평소보다 더 깊이 나를 덮쳐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지러울 땐 보통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나아지곤 하지만, 오늘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좀이 쑤신 날이었다. 그저 어지럼증으로 욱신대는 몸을 침대에 누이고 눈을 감고 싶은 한낮이었다.
그런 상태였으니 어찌 요가가 하고 싶었으랴.
그러나 벌써부터 욱신거리는 오른쪽 어깨가 너 오늘 진짜 안하면 내일 좆되게 만들어준다고 협박을 하는 바람에, 나는 밍기적밍기적 요가매트를 펼치고 은은한 조명을 켜고 빈야사 음악을 틀었다. 매일매일 몸을 돌봐야 하는 지겨움에 심통부리는 또다른 나를 달래기 위해.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요가에서 호흡은 아사나 그 자체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머리를 내리고 들어올릴 때마다, 어지럼증이 올까 봐 오늘은 더 주의하며 호흡을 하였다. 들이쉬고 내쉬고, 횡경막을 올리고 내리고. 정성이 베인 호흡소리는 규칙적인 리듬이 되어 아사나의 흐름을 이끈다. 그런데... 아니 글쎄 어지럼증이 사라지지 않는가. 호흡과 자세를 반복할 수록 이마를 덮수룩히 덮고 있던 두통도 사라졌다. 의식적인 호흡이 나의 머리에 산소를 공급해주어 어지럼증을 쫓아버린 걸까? 자꾸 이러면 나는 요가 너에게 더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 깜짝 놀란 아사나가 있었다. 요가를 꾸준히 하는 나지만, '파스치모타아사나'를 좋아라 하지 않는다. 별로 간지나는 자세도 아닐뿐더러, 내겐 너무 힘들고 그래서 지루하기 때문이다. 늘 대충대충 생략하곤 했는데, 호흡이 어지럼증을 털어낸 것을 발판삼아 해보았다. 아니 그런데... 그런데! 늘 나의 왼쪽 무릎에 메달려 있던 통증이 사라락 날아가 버린 것이 아닌가! 걸을 때마다 무릎 뒤에서 뚝뚝 소리가 나곤 했는데 통증은 날개옷을 입은 선녀처럼 사르륵 날아가버렸다. 무릎 위에 붙어 있던 파스만, 선녀를 떠나보내고 멍하니남은 (성범죄자) 나무꾼처럼 한심해 보일 정도였다. 그 순간, 나는 나의 통증에 고마울 정도였다. 통증 때문에 몸의 감각이 예민해지니까 아사나(요가 자세)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알 수 있어서 말이다.
통증 때문에 꾸역꾸역 요가를 하곤 했던 나지만, 오늘은 정성들여 아사나를 하였다. 특히 요즘 수업듣는 요가 강사님이 내게 했던 조언을 되새기며 아사나를 쌓아나갔다. 강사님은 위쪽 허리가 투머치 유연해서 다른 몸을 너무 안쓰고 그 결과 아래쪽 허리와 골반이 굳었다고 하셨다. 쉽게 말하자면 선천적 오리궁뎅이가 문제라는 것이다. 강사님은 아래쪽 골반에 힘을 주며 아사나를 하라고 조언하셨다. 그러나 평생을 오리궁뎅이로 살아온 내게 '아래쪽 골반에 힘을 주라는 말은 대장에 쌓여있는 똥을 1cm 움직여보라는 요구처럼 알아들을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지시였다. 이해하지 못한 채 낑낑대는 나를 보며 강사님은 오줌 참는 자세를 해보라고 하셨다. 그제야 알아들은 나는 있는 힘껏 오줌을 참으며 궁뎅이에 힘을 줬다. 그 순간에야 아, 오리궁뎅이 골반도 움직일 수 있구나 싶었다. 오늘의 요가도 그 말씀을 되새기며 아사나를 쌓아나갔다. 그런데 그제야 요상야릇했던 나의 동작들이 완성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남들은 플랭크를 하면 복근운동이 된다던데 나는 왜 등 근육을 쓰지 싶었는데, 오줌 참는 자세를 하니 복근이 뻐근해졌다. 어깨로 머리 서기 자세를 할 때도 마렵지도 않은 오줌을 참자 어느새 나의 다리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표현에 과장을 살짝 섞자면, 나의 몸이 하나하나 열려 빛이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그리하여 나에게 요가는 오르가즘이다.
한번도 안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하고 그만둘 수는 없는,
요가라는 오르가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