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가 없지만 어디에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아이가 AI 시대에 잘 살아남을 아이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큰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질문, 생각하는 힘, 메타인지 등이 키워드로 등장했죠.
그렇다면, 이제 '어떤 아이가 AI시대에 잘 살아남을 아이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인재상을 제시해 주는 기사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아주 핫한 대학,
하버드나 예일보다 입학률이 낮다는(무려 0.8%) 그 학교,
졸업생들을 전 세계 내로라하는 대기업, 국제기구 등에서 서로 모셔가려 한다는 바로 그 학교,
미네르바 대학에서는 어떤 아이들을 선발하고,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내는 걸까요?
미네르바 대학의 마이크 매기 총장과의 인터뷰 기사를 소개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에 입학을 하려면 수능을 봐야 합니다.
미국 대학에 입학을 하려면 SAT나 ACT를 봐야 하구요.
지금까지 저는 이게 아주 당연한 건 줄 알았습니다.
미국의 탑티어 대학 중에서도 입학 사정 시 SAT의 비중이 조금 낮은 곳은 있겠지만, 아예 보지 않는 곳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 편견을 깨준 곳이 바로 미네르바 대학입니다.
이곳에서는 아래 두 가지 이유로 학생들을 선발할 때 객관식 시험 점수는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1. SAT 2400점(만점)을 받은 학생이 2000점을 받은 학생보다
비판적 사고력이나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없고,
2. 객관식 시험 점수를 토대로 선발하면 학생의 실력이 왜곡되기 때문.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재력이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으므로.
대신에 3단계로 이루어진 서류전형과 온라인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네요.
1단계 ‘당신은 누구인가요(Who You Are)’ : 고교 3년간의 성적표 제출
2단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How You Think)’ : 6개 과목의 자체 시험 응시
3단계 ‘어떤 성취를 했나요(What You Have Achieved)’ : 자신의 4~6개 경험에 대해 500자 내로 쓰기
온라인 면접에서는 ‘인생이 30살이라면 어떻게 살 것인가?’같이 정답 없는 질문을 한답니다.
약간 구글 입사시험(본 적은 없지만...) 느낌이 나네요..?
그리고 기사에선 서류 각 단계에 대해 조금씩 더 자세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왜 전형이 저렇게 나뉘어 있는지, 무엇을 평가하기 위한 것인지, 3단계 에세이를 더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등의 정보는 기사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제가 제일 궁금했던 부분인데요,
미네르바 대학에선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할까요?
우선 모든 수업은 100%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답니다.
그래서 '캠퍼스 없는 대학'으로도 유명하죠.
하지만 한국의 '온라인 일방향 강의식 수업'과는 다르다고 하네요.
미네르바대에서는 모든 강의가 20명 미만 소규모 토론식으로 이뤄진다. 매기 총장은 “‘학습의 과학’이라 불리는 연구 분야에서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다는 걸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학습의 과학'은 학생이 학습하는 과정과 원리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이며,
미네르바대의 커리큘럼은 이 학습과학과 관련한 16가지 원칙을 토대로 짜여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미네르바 대학에선 수업 시간에 무슨 내용을 배울까요?
매기 총장은 먼저 이 부분을 언급합니다.
대학에서 목표로 삼은 네 가지 핵심 역량이 있습니다.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 해결력, 효율적인 의사소통, 효과적인 상호작용입니다.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AI 시대의 미래 역량 4C(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력), Creativity(창의성), Collaboration(협업능력), Communication(소통능력))와 거의 똑같네요.
이런 역량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의 습관과 기초 개념(HC‧Habits of Mind & Foundational Concepts)’이라는 카테고리 하에 여러 과목들을 개설해 학생들이 듣게 한다고 합니다.
이런 수업들을 들으며 기본적인 논리, 통계, 코딩을 익히고
HC를 연습하고 실행해 나가는 것이죠.
더 구체적인 수업 방식과 평가 방식은 기사를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총장은 미네르바 대학만의 차별점, '도시의 캠퍼스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모든 학생은 처음 1년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뒤 2학년 때부터 학기별로 서울(한국)‧하이데라바드(인도)‧베를린(독일)‧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런던(영국)‧타이베이(대만)로 이동한다. 강의실과 캠퍼스는 없고, 기숙사만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지역에서,
현지의 공공기관‧기업‧비영리단체에서 인턴십을 하며 살아 있는 교육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교에서 이론만 배워왔기 때문에,
심지어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했다 하더라도 실무에 투입되면 '이론만 바삭하고 실무는 약하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었죠.
이런 현실을 놓고 봤을 때 미네르바 대학의 교육은 말 그대로 팔딱팔딱 뛰는,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네요.
미네르바대 학생들은 적어도 '이론만 빠삭하네!' 같은 말을 듣진 않을 테니 말입니다.
물론 대학 졸업장이 곧 취업을 의미하던 시기는 지나도 한참 지났습니다.
대학 교육이 더 이상 안정적인 직장과 소득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대학이 위기라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죠.
매기 총장의 이 발언처럼,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뭔가 저절로 따라오고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어요.
대학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따는 것의 의미도 점점 퇴색되고 있습니다.
대학 강의를 무료로 듣게 해 주는 웹사이트들도 있으니까요.
바로 그런 이유로 미네르바 대학 같은 혁신적인 곳이 급부상했겠죠.
미네르바 대학에서 각종 소프트 스킬과 업무역량, 경험을 쌓은 졸업생들은
국제무대에서 엄청난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총장의 마지막 한마디는 지금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발언이었습니다.
미래에는 비판적 사고력이나 창의적 문제해결력처럼 AI가 아니라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이것은 암기식 학습이나 객관식 시험으로는 절대 갖출 수 없습니다.
미네르바 대학 총장 인터뷰 기사를 읽다 보니,
'AI 시대의 인재상은 역시 4C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기본에 충실하라'는 뻔한 말도 떠올랐습니다.
AI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타 대학과 확실히 다른 차별성으로 세계 일류 대학의 반열에 오른 미네르바 대학처럼
AI와 나를 다르게 만들어 주는 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것이 기본, 즉 본질입니다.
하지만 이건 대부분이 다 아는 사실인데..
그래서 이렇게 기본에 충실하려면 당장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걸까요?
다음 글부터는
좀 더 구체적으로 '기본에 충실'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사들을 가져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