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팀장: 기술 전문성이 높은 사람을 뽑자
기능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되던 시절, 보통 기술 전문성으로 해당 부서의 '장'을 선정했다. 기술 전문성이 높은 사람이 높은 성과를 내므로 눈에 띄기 쉽다. 그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팀장은 특정 기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지 모르나 사람을 다루는 역량은 차이가 났다. 본인도 모르고 있던 매니저로서의 능력을 발견하는 사람, 전문성과 기술을 모두 빠지지 않는 누군가도 있었으나 그건 예외로 치자. 이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레슨은 기술 전문성과 조직 운영은 전혀 별개라는 것이다.
대안: 일단 기술 전문성을 기반으로 리더십이 있는 사람을 뽑고 잘 훈련 시키자
여전히 기능 중심의 조직 체계는 유지하되 리더십에 대한 강조가 생겼다. 기술 전문성은 어느 정도 가진 사람을 교육 시켜 매니징 능력을 함양하기로 한다. 리더란 이런 역할이고, 조직에서 보여줘야 하는 모습은 어떤 것이고, 팀 운영은 요래요래 해라. 앞선 체계에서 개인적 역량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교육과 훈련으로 일정 수준까지 리더를 육성하는 정책이 진행된다. 문제는 교육은 교육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점?
각 조직별 성과 위주의 평가로 인해 이른 바 조직 이기주의, silo현상 등이 눈에 띈다. 팀장은 자기 조직 활성화에 집중한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내 부서의 목표 달성을 위해 집중한다. 그러나보면 특정 조직 내부의 성과와 만족도가 높은 반면, 협업 부서와는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대안의 대안: 조직 운영과 기술 전문성을 분리해서 운영하자
Silo를 해결하기 위해 원인을 분석해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부서 내부의 강력한 단합, 폐쇄성, 그리고 이런 방향으로 운영한 리더십이 그 중심에 있다. 물론 조직의 규모가 작고 해야할 일이 명확한 start-up과 같은 상황이라면 똘똘 뭉쳐 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어느 규모 이상의 크기를 갖는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협업'은 필수적이다. 이쯤에서 조직은 부서 간에 협업하는 문화를 만들고 기능이 아닌 과제 중심으로의 이행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조직의 결속력을 오히려 흩어놓을 필요가 있다. 팀장을 구심점으로 모이지 않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개인 간/부서 간 자연스런 협업을 도모하는 셈이다. 이른 바 매트릭스 조직으로 변화다.
이 때 프로젝트를 위해 팀을 구성하면 예전의 모습과 동일하기 때문에 느슨한 형태의 팀 구조는 유지한다. 팀장도 그대로 있다. 그러나 팀장의 역할은 사뭇 다르다. 팀장은 해당 팀 구성원의 역량, 조직 기여를 위한 분위기 조성 등에 힘쓴다. 타 부서와의 조율, 행정적인 업무 수행 등이 그의 몫이다.
성과를 위한 업무는 프로젝트에서 다루기에 프로젝트 리더가 등장한다. 예전에는 팀장=프로젝트 리더 그 자체였지만,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위한 성과를 창출하면서도 팀 운영은 맡지 않는 프로젝트 리더가 따로 존재한다. 전문성은 높지만 조직 운영의 역량이 높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프로젝트는 잘 이끌 수 있다. 다만 프로젝트 멤버들의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리더십의 함양과 발현은 필수적일 것이다 (아래 LG 경제연구원 보고서 참고).
매트릭스 조직은 분명 복잡성이 증가하는 형태다. 담당 연구원은 프로젝트 리더와 팀장 모두에게 보고하고 평가 받는다. 팀이라는 물리적 구성 아래 보호받던 개개인이 능력과 역할을 명확히 가져야 한다. 여러 프로젝트에서 함께 하자는 러브콜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 누구도 마땅히 챙기지 않는 슬픈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스스로 역량을 높이고 기술 전문성을 가져서 비즈니스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프로젝트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젝트 운영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같이 일하고자 하는 동료가 없을 수 있다.
핵심은 운영의 묘
LG 경제연구원의 한 보고서를 보자.
매트릭스 구조에서 요구하는 리더의 역할은 사업부형 조직이나 기능식 조직에서 요구하는 리더의 역할과 다르다. 사업부형 조직이나 기능식 조직에서 일하는 리더들의 최우선 과제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리더들은 부여된 권한을 활용하여 적절한 의사 결정과 지시를 내림으로써 산하 조직을 잘 통제하고 관리하면 된다. 즉, ‘지시 통제형(Command and Controller)’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반면, 매트릭스 구조에서는 리더들에게 담당 부서 관점이 아니라 조직 전체 관점에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길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역할, 책임, 권한이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그 경계선이 다소 모호한 면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전체 조직의 성과를 위해 담당 부서의 이익을 뒤로 미뤄야 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일이 아니면서도 나서서 해야 할 경우도 있다. 특히, 매트릭스 구조라면 어쩔 수 없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는 갈등에 대해서도 지시가 아닌 설득과 코칭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리더는 권한과 지시/통제 대신, 조직의 목표, 프로세스 등에 기반한 협상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여 상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협력가형(Collaborator)’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협력적 행동/사고를 중시하는 평가/보상
옥스포드(Oxford) 대학의 로이스톤 그린우드(Royston Greenwood) 교수는 “조직 구조와평가/보상 시스템이 서로 충돌하면 항상 후자가 이긴다. 따라서, 매트릭스 구조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평가/보상 시스템도 같이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갈브레이스 교수도 “많은 기업들이 개인별 성과에 대해서만 평가를 하면서 ‘매트릭스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말한다.”라고 지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매트릭스를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바로 상호 협력이다. 그런데, 자신과 자기 부서의 이익만 주장하는 사람이 승진하거나 더 큰 보상을 받는다면 협력이 될 리가 없다.
리더가 어떤 식으로 협력을 이끌어 내는지, 협력에 얼마나 참여하는지, 그로 인한 성과는 어떤 식으로 평가하고 보상할 것인지.. 이런 부분에 운영 원칙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매트릭스 조직의 성공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