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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은 진화하는가?

구조화된 조직을 의도적으로 허물기

by nay

작년부터 가끔 기사를 통해 co-working space에 대한 내용들을 접하곤 했다. 대표적으로 We-work 같은 회사들이 널리 소개되어 있는데 조사해 보면 꽤나 많은 co-working 제공자들이 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Co-working의 개념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개인/프리랜서나 작은 집단이 함께 모여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 정도로 볼 수 있다. 정확한 시작이나 기원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으나, 대략 2005년이나 2006년 정도에 시작된 것으로 보여진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기원은 2005년 샌프란시스코 3명의 기술자들의 집을 낮 시간 개방한 'Hat Factory'를 그 시초로 보고 있다라는 글도 있고, 2006년 미국 맨하튼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두 명의 기업가가 함께 일할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초대하면서 시작되었다라는 내용도 있다). 여튼 10여년이 훌쩍 지난 개념인데 유독 최근에 좀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 IT를 기반으로 하는 창업 기회의 확산과 맞물리는 현상으로 보인다.


얼마 전 로레알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던 분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로레알은 거대하고 글로벌한 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날렵하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역시 로레알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분이 나에게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 곳 역시 프로세스/구조화된 조직으로 인해 의사결정이나 협업에 있어서의 어려움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갑작스레 코워킹에서 로레알 얘기를 하는 것은 일하는 방식의 진화, 또는 그 방식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대기업, 큰 조직의 장점은 결국 시스템과 잘 구조화된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국 이것이 성장을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작은 조직에서라면 몇 분 또는 몇 시간 안에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큰 조직에서는 몇 일이나 몇 주가 걸릴 수 있다. 의사결정까지 밟아야 하는 단계, 지켜야 하는 규정, 각종 품의와 결재선, 사전 합의, 책임 소재 등등 .. 그러는 사이 경쟁업체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했다 하더라도 대응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또 허비된다.

이에 대한 대안 중의 하나가 co-working 방식 또는 공간으로의 이주가 될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Co-working 회사와 공동으로 공간을 운영하면서 대기업 직원들을 그 곳에서 일하게 한다. 어떤 글로벌 기업은 아예 본인들의 이름을 걸고 co-working space를 제공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에게 시간과 장소를 빌려 주면서 본인들의 비즈니스 기회와 연결시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덕분에 We-work 와 같은 회사의 가치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아이러니를 느낀다. 대기업으로 진화하면서 과거보다 세련된 조직 문화와 의사 결정의 프로세스 등을 잘 구조화 했을텐데, 결국 그것을 허물어버리는 또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정반합의 모순일런지도.


충돌의 기회. 협업의 기회. 거기에서 창발하는 '혁신'의 기회까지.

이질적인 전문가 집단의 스파크가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다). 다만 스파크의 방향을 누가 무엇을 해야하는 의무나 당위성에 두지 말고, 만약 새로운 기회의 발굴이라는 방향으로 잘 조정한다면 분명 괜찮은 무엇인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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