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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May 08. 2018

학회 출장 보고서, 어떻게 쓸까?

직장 연구원을 위한 조언 


기초 과학Basic science에 대한 연구직으로 지내면서 매년 크고 작은 학술학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다. 운이 좋으면 코에 외국 바람 좀 넣고 돌아오는 출장이 된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잠시 외유라도 하고 오면 기분 전환뿐만 아니라 새롭게 얻은 정보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도 좋은 학회들이 많지만 분야 별로 규모 차이가 있다. 내 분야에서 해외 학회 참석이 필요한 이유는 글로벌 경쟁 업체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아무래도 그들은 한국에서 열리는 학회까지 참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즐거운 출장을 나만의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직장인인 만큼 엄연히 출장 보고서를 남겨야 한다. 의미 있는 학회 출장 보고서를 쓰려면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할까?


주니어 시절을 돌아보았다. 해외 출장이라고 해봐야 1년에 한 번인데다 여러 사람이 가기도 쉽지 않았다. 즉 다른 사람들을 대표하여 참석하는 것이므로 가급적 많은 내용을 습득, 전파하려고 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학회가 있다. 바로 10여 년 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실험 생물학 학회다. 엄청나게 큰 학회장에서 분 단위로 쪼개진 발표 내용들을 놓치지 않고 듣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내 모습이 선하 다. 그때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아무래도 큰 그림보다는 작은 기술들 하나하나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세부 기술에 대한 보고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보고서마다 목적에 차이가 있겠지만 좋은 보고서란 좋은 가이드북과 같다. 팩트를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궁극적으로는 행동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방향성이 보이는 책 말이다. 개인적 경험, 연구 분야에 비추어 아래와 같이 제안해 본다.


-나무 보다는 숲

해마다 중심이 되는 주제와 연자 구성이 있다. 이 부분을 먼저 확인하면 그 해의 기술 트렌드나 학계의 관심사와도 연결 시킬 수 있다. 키노트 연설을 잘 보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내부 보고서 이력이 잘 보존되어 있는 회사라면 기존 보고서들을 조사하여 이번에는 어떤 점이 달라진 것인지 파악하기 쉬울 것이다.


-미리 공부하기

올 해의 기조를 잘 살펴본 후 적절한 발표자도 찾았다면 다음은 해당 발표자를 PubMed나 구글에서 검색해 보자. 과거에 수행한 관련 연구 내용을 파악 가능 - 최소 몇 개의 논문 이력 - 하다. 보통 학회가 개최되기 2-3달 전에 전체적인 abstract과 프로그램, 발표자 명단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심있는 주제의 발표자에 대해 미리 공부해 가면 실제 현장에서 들을 때 이해가 훨씬 잘된다. 

-정리는 그날 그날: 개인적으론 가급적 당일 들었던 내용들을 밤에 정리해 두는 편이다. 집에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정리하면 되지.. 싶겠지만 막상 기억이 사라지기도 하고 그 날 들었던 느낌을 살리기 어렵다. 귀찮고 피곤하더라도 당일마다 내용을 정리하자. 그리고 가급적 보고서는 협업 복귀 후 일주일 이내에 정리하는 것이 생생한 리포트로서 가치가 있다. 


-어쨋든 비즈니스에 도움 되어야

연구자로서 관심 주제가 있어도 엄연히 비즈니스 출장이라면 그에 적절한 주제와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 학회 출장 전 관련된 부서들의 니즈도 알고 가면  더할 나위 없다. 보고서의 가치는 동료들에게 영감을 줄 때 더 높아진다. 경쟁사의 연구 발표가 있다면 이것 역시 잘 정리해서 전달하도록 한다. 남이 무슨 일을 하는지 보고 배우는 것도 출장의 목적 중 하나이다.


-인사이트를 제시해야

학술대회 참가 보고서를 쓰다 보면 세세한 내용에 빠지기 쉽다. 학 계 연구자나 학생들의 경우 중요한 실험 프토토콜(실험 순서나 프로 세스)이나 조건 등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실험이란 것이 매우 섬세하다 보니 특정한 조건이나 시약에 따 라 결과의 수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연구라면 세부 항 목보다는 기술을 바탕으로 어떤 연구나 개발이 가능한지 아이디어 를 제안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궁극적인 참석 목적은 새로운 아이 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단순한 팩트의 나열보다는 참석자 자신의 관 점을 추가한다면 더더욱 좋다. 보고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보고서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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