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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an 13. 2021

당신의 실패가 아니다.


회사원 nay와 자연인 nay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회사원 캐릭터로는 17년 차 연구원, 박사, 효능 개발과 평가 업무, 해외 근무 경험을 가진 경력자라는 모습을 갖는다. 자연인 nay는 회사원 캐릭터를 포함하여 46세, 남편이자 아빠, 누군가의 막내아들이면서 처가의 큰 사위라는 가족 내 캐릭터가 존재한다. 이와는 별개로 한 커뮤니티에서는 애플 제품을 좋아하고 레고 만들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캐릭터도 있다. 한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누구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여러 가지 내용으로 구성될 것이다. 본캐/부캐, 멀티 페르소나와 같은 키워드가 본격화된 지금의 시대에 회사원으로서 내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본다.


멀티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으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귀국 후 격리를 하면서 티브이 채널을 돌리던 중 EBS를 보게 되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의 저자 박소연 님 강의가 있었다. 말씀 참 잘하시더라. 마침 그날 강의는 회사와 나를 잘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는데 무척 크게 공감했다. 퇴근할 때 회사원으로서 나를 집까지 들고 오지 말라고 하였다. 누군가에게 숙제를 받으면 계속 들고 있지 말고 의사결정을 내려 다시 돌려주라 한다.

회사 일이란 것이 쉽게 끝나지 않고 –ing인 경우가 대다수다. 6시 퇴근할 때 5시 59분까지 가지고 있던 고민을 그 자리에서 툭툭 털어낼 사람은 흔치 않다. 적어도 퇴근하는 시간에, 건물을 빠져나올 때까지는 회사 일과 고민을 일부 가지고 나오기 쉽다. 다만 집 안에 들어설 때까지 머릿속 어딘가에 두고 들어가면 곤란하다. 회사원으로서 나와 개인으로서 나를 의식적으로 나누어야 한다. 잠자리에 들어서 내일 회사 일을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만약 생각만으로 막힌 일들이 술술 풀린다면야 며칠 밤이라도 새우겠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도 있고, 잠시 떨어져서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니 솔루션이 보이는 일이 있다. 하나의 생각과 사고에 매몰되면 주변이 보이지 않고 확증편향만 강화된다. 무엇보다 자기를 잠식시키면서 번아웃되지 않게 회사 일은 가급적 회사 반경 50미터 이내까지만(?) 고민해 보자. 휴식과 딴생각, 딴짓이 생산성을 올리는데 더 도움이 된다.


멀티 페르소나는 자존감을 유지하는데도 좋다.

회사의 어떤 위치에 있는 ‘나’가 100%의 내가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의 퍼스낼리티가 완전히 반영된 자아가 아니라 회사 조직에서 일부인 [역할]로서 자신이다. 했던 일에 대해 항상 인정받고 리워드가 있었던 경험이 있는가? 그랬다면 무척 운이 좋은 사람이다. 성과라는 것은 나의 노력에 약간의(때론 매우 크게. 운칠기삼이 괜한 말이 아니다!) 운이 함께할 때 결실이 나타난다. 내가 잘해서 성과가 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우연히 그때,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당신의 성과인 양 탈을 쓰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실패 사례에도 마찬가지여서 누가 해도 비슷한 결과가 되었을 일을 어쩌다 떠맡아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다. 보통 책임 소재를 당하는 대상은 매니저 역할, 리더 역할 또는 팀장 역할로서다. 그런데 대게 추궁을 당하거나 나쁜 피드백을 받으면 역할이 아니라 마치 나라는 사람에 대한 비난과 욕, 공격으로 느끼게 된다.


어렵지만 거기에서 자아를 조금이라도 분리해 보자. 혼나는 대상은 단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조직원으로서의 자신이다. 내가 못난 사람이 아니라, 아쉽게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의 일부만이 잘못된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을 바꿔보자. 바꿔야 할 것, 개선이 필요한 것은 역할로서 필요한 역량과 경험이다. 사실 그러면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이 부족한 것을 객관화할 수 있다. 퇴근을 해서도 머릿속에 가득한 분노와 실망이 잠시나마, 조금이라도 덜어질 것이다. 나에게 비난을 했던 상사를 대할 때 약간이라도 마음의 부담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일 잘하고 열심이던 A는 팀장이 되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팀장 자리에서 내려온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퇴사를 했다. 팀장 회의를 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저 자리가 내 자리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사실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겠는가? 그러나 팀장, 매니저로서 잘 못했을지라도 연구원으로서 그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모쪼록 그가 스스로 자신의 회사 생활 전부를 부정하고 실패로 인지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쉽지 않지만 의식적으로 자아를 회사의 포지션에 동기화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그래야 나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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