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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Sep 01. 2021

했다는데 의의를 두지 말 것

몇 달 전 조직 몰입도에 관한 점수가 나온 적이 있다. 조직 몰입도란 무릇 (조직장의) 리더십 점수처럼 해석된다. 그 조직의 성과와 무관하게 몰입도 점수가 주는 무게가 있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낮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서 실망하셨다는 후문. 특히 그는 '몰입도를 위해서 이것저것 활동을 했는데' 왜 이것밖에 나오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것저것 활동이란 조직 내 교육의 시간을 매주 갖고, 또한 모든 구성원이 조직장과 1 on 1 meeting을 하는 시간이 대표적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구성원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그런 걸로 몰입도가 높아질 리가"


가급적 매달 파트 구성원들과 1 on 1 meeting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냥 정기적인 미팅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생각하고 어젠다를 구성했다. 예를 들면 연초에는 목표를 얘기하고, 다음 달에는 본인의 career development에 대해서, 그다음 달은 현재 업무의 고충과 해결이 필요한 부분을 다루는 식이었다. 해외 근무에서 복귀한 뒤였고 개인별로 조금 더 파악할 이유도 있어서 버겁지만 달마다 만나려고 했었다. 그리고 6월쯤 지났을 때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만남을 가진 자신을 칭찬해 주었다. 거기에 매달 새로운 어젠다 세팅까지 하는 사람이 어딨담? 뿌듯했다.


그러다 얼마 뒤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그 몰입도 점수 이야기, 그리고 조직장이 보였다는 반응.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아, 혹시 나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미팅의 본질은 놓치고 그저 그것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안도한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내가 이 정도 노력하고 있으니 파트 구성원들이 좋아하겠지? 우리는 좋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겠지? 내 리더십이 좀 쩔긴 해!


인간은 충분히 자기중심적이다. 행위의 당위성을 만들고 스스로 만족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속어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하긴 왜 부서 안에서 매주 교육을 하기로 했는지 이유를 몰랐다. 조직장과 미팅은 필요하긴 하지, 그 부분에만 동감했다. 그러니까 조직 내 교육, 조직장과의 미팅이라는 발제가 대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구성원들이 업무 몰입도를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걸 먼저 파악했어야 하지 않을까. 몰입도에 방해되는 요인을 해소하지 못한 채, 다른 활동으로 그것을 상쇄하려고 하였다면 접근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예전에 다른 부서에서 일할 때, 역시 그때도 몰입도가 화두인 적이 있어서 대응 안을 내는 회의에 들어간 적이 있다. 막 그 조직으로 이동한 터라 분위기를 몰라서 다분히 제삼자의 입장에서 관찰할 기회였다. 가장 이상하고 인상적이었던 건, 구성원 불만과 어려움에 대한 목소리를 잔뜩 모아 두고 가장 회사 친화적인 리더들이 열심히 고민하던 모습이다. 마치 불만의 핵심은 일부러 피해 가는 것 같아 보였다. 그들이 내놓은 대안이란, 결국 리더의 관점만 가득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했다는 것에 의미를 너무 많이 부여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어려운 것을 해낸 자신을 칭찬해 주는 건 좋다. 행위 자체가 큰 의의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만날 고객의 소리를 들어라, 고객 눈높이에서 생각하라 하면서 정작 자기 조직에 대해서는 내 시각만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한 번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다음 달 즉시 1 on 1 meeting에 대한 서로의 기대 사항을 얘기해 봤다. 그랬더니 부담을 갖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나만 편하고 좋았나 보다. 잘하고 있다는 믿음은 역시 내가 가진 맹점이었다. 



Q. 나는 책도 열심히 보고 회사 교육도 충실히 실천하려고 합니다. 나름 다른 리더들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A. 노력하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 초심을 잃지 말길 바란다. 문제의 발생은 리더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목적에 대해 후배나 동료가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느냐에 있다. 이 부분에 동기화가 되어 있지 않거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결국 '일방통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많은 리더가 빠지는 오류는 배운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데서 발생한다. 했다는 행위는 그저 시작일 뿐이다. 자기만족에 빠지지 말지어다. 

그렇다고 너무 섭섭해 하거나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쉽게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완벽한 리더는 불가능하다. 당신이 상당한 노력을 들이더라도 어떤 면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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