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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ul 27. 2021

자기애가 필요한 때.

회사에서 자존감 지키기

회사에서 성장과 승진만 있다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때가 있다. 착실하게 진학과 합격, 승진의 길을 걸어오던 사람이었기에 올라갈 줄만 알던 사다리에서 멈추거나 내려오는 것은 낯설다. 좌절의 맛은, 익히 예상하듯 쓰다.


제일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는 ‘OO님은 그때 팀장이 되셨어야 하는데’ 라던가 ‘네가 우리 동기들 중에 제일 먼저 팀장 될 줄 알았어’라는 것이다. 적어도 전에는 그랬다. 팀장이 목표는 아니었지만 조만간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되는 자리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남들이 인정해 줬고 나도 그리 생각했다. 늘 문턱에서 TO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쩜오의 위치.


처음에는 미끄러지니 당황스러웠지만 다음 기회가 오겠지, 부족한 면을 개선하고 바꿔야겠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면 더 이상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진다. 이때가 자존감이 확 떨어지는 시점이다. 친하게 지내던 무리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나를 제외하고 모두 팀장으로 승진을 했다. 별생각 없이 함께 웃고 떠들다가도 갑자기 스스로 초라해지는 감정에 휩싸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자존감의 하락은 대인관계를 어렵게 한다.


열심히 달리는 것 같았지만 나만 제 자리이고, 다른 이들의 추월을 바라만 보는 기분은 솔직히 참 별로였다. 나를 바꾼다고 뭐가 달라질까? 리더십에 대한 책은 왜 봤을까? 술자리나 담배 피우는 곳에 어슬렁 거리면 기회가 좀 올까? 뭔가 개선의 여지에 매달리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엿보는 것이 구차했다.

이런 고민에 빠지던 시기에 해외로 이동하게 되어 물리적으로 현장에서 잠시나마 완전히 분리될 수 있었다. 롱디 커플이 연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더니만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안 보면 멀어지는 것은 사랑하는 사이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회사를 떠난 것은 아니지만 늘 지지고 볶던 현장을 벗어나 있으니 사람 마음이 차츰 달라졌다. 자주 보고 마주쳐야 했던 사람들을 떠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혹시 나는 회사와 짝사랑을 하던 사이였던 것은 아닌가 몰라.


해외 근무를 하던 와중에 팀장 자리가 하나 난 적이 있다. 혹자들은 ‘네가 그때 한국에 있었으면 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말을 했다. 절대, 네버, 그럴 리 없었을 것이다. 맞는 자리도 아니고 명분 또한 적었다. 차라리 이럴 땐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덜 상처 받게 되어 다행이었다. 아무도 신경 안 쓰지만 자기가 괜히 의기소침해지면 더 슬프잖아. 어쨌든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은 것은 그때 그 자리에 없었다는 명분이라도 생기는 법이니까 말이다.


어려운 단계를 겪으면 마음이 단단해진다고 하지만 오히려 무뎌진다는 것이 더 적합한 것 같다.

대신에 배운 것이 있다.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보는 것, 나를 마주하는 것의 중요성. 어떤 일이 벌어지는 현장(상황)에 몰입되어 있는 상태에서 만약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주변과 남을 탓하기 쉽다. 아예 거길 떠나보니 자연스럽게 제3자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 전지적 시점이 되면 왜 그렇게 복작거리고 안달이 났을까 질문하고 답을 찾게 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회사 일로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라면 (어렵겠지만) 자신과 상황을 객관화해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감정적으로 덜 다치고, 매몰되는 자신을 구해낼 수 있다. 회사나 상사가 나를 인정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현재 회사를 떠나더라도 어떤 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전문성과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지에 집중하면 남들과 내부적인 경쟁 속에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금은 회사를 떠난 한 상사가 술자리에서 나와 다른 분을 앞에 두고 이런 말을 했다. ‘너(다른 분)는 너무 가슴으로 일을 하고, 너(나)는 너무 머리로만 일을 한다’. 그의 판단과 평가에 동의 여부를 떠나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각해 보게 된 계기였다. 늘 그렇듯 술자리에서는 아우, 반성하겠습니다 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 보면 괜한 대답이었지 싶다.


지금은 그런 것이 내 업무 스타일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고집하려고 한다. 적어도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면 그만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나를 이해하고 사랑해 주겠는가. 자신을 관조해 보는 시간과 기회를 통해 회사에서 당할 수 있는 자존감의 하락을 막아보자. 다른 이들의 평판이 중요하긴 해도 상사나 회사에 맞춰서, 평판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도록 말이다. 자기애를 듬뿍 발휘하자. Love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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