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
지인의 제안으로 링크드인에도 브런치처럼 글을 쓰고 있다. 링크드인은 비즈니스 관점의 네트워킹을 위한 사이트이므로 주로 일과 관련된 내용이다. 최근 브런치와 링크드인에 올린 글 - 자기애가 필요한 때 - 이 꽤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링크드인에 아직 많은 글을 포스팅하지는 않았지만 여태까지 쓴 글 중에서 가장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조회수가 7천 건, 공감이 77건, 여러 분이 자신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며 공감의 댓글, 그리고 그 글 하나로 많은 1촌 신청이 있었다.
이 글의 내용을 요약하면 '나의 승진 실패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승진이라는 기준과 잣대에서 보면 몇 번의 기회를 놓친 것이 사실이니까 분명 실패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글에 달린 (지금은 회사를 떠난 옛 동료의) 고마운 댓글처럼, 승진이 아닌 '(개인의) 성장' 관점에서 지난 조직 생활을 다시 들여다보면 이걸 꼭 실패라고 부르기는 어렵지 않겠나 싶다. 어떤 조직의 대장이 되는 것에 욕심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걸 못했다고 지난 시간과 노력이 부정당할 이유는 없다. 소심하게 자랑을 해보자면 나와 같이 일하고 싶다는 이유로 조직을 이동한 사람,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는 수줍은 고백(?)을 들은 적이 몇 번 있었던 터다. 그러니 회사 생활의 보람은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에서만 찾을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 번쯤 꼭대기에 가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주변을 놓치고 고마움을 잊는다. 일의 보람은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에만 있지 않다.
그나저나 그 글에 대한 많은 이들의 반응은 솔직히 어리둥절했다. 그저 솔직한 이야기를 한 것뿐인데 말이다. 타인의 경험이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 힌트는 댓글에 있었다. 대부분 "공감 간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내용 말이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자의 반 타의 반 일을 하면서, 회사를 다님으로써 생기는 욕심에 비해 목적을 이루지 못함에 대한 좌절의 경험들. 그건 어쩌면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아픈 기억이자 취약함이다.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브런치를 통해 여러 글에서 스스로 약점을 이야기했다. 사실 회사에서 동료들이 바라보는 나는 주로 완벽주의자, 냉정(또는 시니컬)한 사람이다. 동료들에게 "저도 힘들고 어렵고 마음 여린 사람입니다", 이런 얘기를 할 기회는 많지 않다. 하루 종일 일 얘기를 하기에도 벅차다. 어쩌면 고맙게도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동료와 가족들에게는 차마 대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취약성을 고백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회사든 가정에서든 내 모습, 생각, 과거와 현재를 글로 드러내는 것이 아무 부담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할 때부터 내 글의 독자가 된 동료들도 있고, 출간을 통해 가족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니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꾸민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메이크업을 한다고 해도 지우고 나면 생얼은 그대로인 것을.
자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수용할 때가 더 멋지다. 약점, 좌절에 대해 용기를 내어 글을 쓰고 나를 알린다. 숨기고 가둔다고 해서 자신이 달라지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자기를 보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잘 해내지 못했을 때 마음이 힘들었기에 더 독하게 마주 대한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공감을 이끌어 냄으로써 외연과 내연을 더 성숙하게 만들어 간다고 믿는다.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 자판을 두드리도록 만드는 힘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