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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Aug 17. 2021

일 처리,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것이 명확한 업무 분장이다 보니 거의 매일 의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연락의 수단이 다양하다. 메일은 기본이요 어떤 날은 메신저에 불이 난다. 시간마다 잡히는 잦은 회의는 당연하다. 꼭 의뢰가 아니더라도 부서 또는 담당자 사이의 협업에 있어 어떤 원칙들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너무 급한 것이 아니라면,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메일로도 충분하다.

메신저에 주로 붙는 수식어는 instant다. 그만큼 메신저나 전화를 쓰는 건 시한이 급해서 당장 연락이 필요할 때다. 지금 실시간으로 답을 원하지 않는다면 메신저 사용은 자제하자. 질문하고 싶은 당사자가 온라인일지라도 메시지에 꼭 답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얼마 전 회의를 다녀와보니 메신저에 질문이 한 바닥이었다. 다른 부서 동료의 질문인데 내용 상 급한 일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질문 내용도 다양했다. 일단 궁금하니 이것저것 물어본 것이다. 그래서 답변드리면서 앞으로는 질문의 내용에 따라 메일을 더 우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메일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이게 공식적으로 기록이 잘 남기도하고, 검색도 쉬울뿐더러 대화가 길어지면 스레드 관리도 훨씬 편하다. 그러니 업무 요청, 질문, 대답 등이 지금 당장 롸윗나우의 것이 아니라면 습관적인 메신저 사용보다는 메일을 사용하도록 하자.

덧붙여서 요즘은 '잊지 않으려고 기록 남긴다'는 상사들의 말은 약간 너무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있다. 특히 위치가 올라갈수록 메신저를 스크랩 노트처럼 사용하는 상사들이 있다.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이거 내가 까먹을까 봐 한 거야, 답변 안 해도 돼~" 이런 말은 제발 그만 멈춰주시길. 상사들을 위한 스크랩 앱 사용을 알려드리고 싶다(쓸 가능성은 낮겠지만).


사내 메신저와 개인 메신저(카카오톡)의 사용처, 시간을 구분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신저를 안 쓰기는 어렵다. 기술이 발전하고 여러 플랫폼과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게 되면서 연락을 주고받는 매체가 너무 다양해졌다. 필자는 사내 메신저만 해도 2개인데 사용에 대한 마땅한 기준이 없다. 각 매체의 장점과 단점이 있어서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를 논하기는 어렵다만. 여기에 더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또 카카오톡 단톡방으로 엮여있다.

이런 상황들이 지속되다 보면 흔히 말하는 워라밸이 깨지기 쉽다. 특히 카카오톡은 개인 용도가 훨씬 많을 것이다. 쉬는 날 회사 단톡방이 울리면 안 볼 수도 없고 반응을 보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될 때가 있다. 회사와 일상의 분리를 위해서라도 일할 때 쓰는 메신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구분지어야 할 때다.


선입선출의 기준 정하기

기본적으로 새치기는 금물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고 급하지 않은 일이 있으랴. 실제로 어떤 부서는 의뢰 박스를 만들어 둔다고 한다. 순서대로 처리할 것이니 그리 알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공개적으로 전달한 적은 없었지만 우리 부서도 보통의 경우 새치기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가끔 탑(경영진)에서 떨어지는 요구가 있다. 또는 갑자기 매우 급하게 대응해야 하는 일이 터지기 마련이다. 그 정도의 긴박함과 스릴은 있어야 회사 일이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예외의 사항이 많아지면 안 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명확한 기준과 규칙이 있는가? 요즘 이 질문에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필요하면서도 그것이 판단과 결정의 1번 항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좋은 게 좋은 거, 알아서 잘.. 이런 말들이 만드는 혼란은 스스로 일하는 원칙을 망가뜨리는 불필요한 덕목이다.

기준과 프로세스를 정해두는 것은 이유가 있다. 최근에 너무 많은 일이 몰리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하다 보니 머릿속이 매우 복잡하다. 기준을 정하고 지키는 것을 천명해야 나도, 남도 서로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할 수 있다.


필요할 땐 브레이크

갑자기 일이 몰려서 잠깐 숨 돌리자고 요청을 한 적이 있다. 관련 부서에 긴급하게 메일을 드렸다. 상황이 이러한데 모두 급하다고 하니 진짜 급한 것이 뭔지 확인을 하자는 요청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우선순위가 정해져서 왔을뿐더러 조금은 불필요한 일들이 정리된 것은 덤이었다.

무작정 받아두고 쌓아둘 이유는 없다. 인력과 자원이 허락하는 선에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극한 상황에서 시험하는 시도가 가끔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정리할 수 있는 선에서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상사의 힘은 필요할 때만

예전에 전임자가 다른 부서의 장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고 한다. 의뢰가 있었고 어려운 일이라서 할 수 없음을 기껏 협의해서 끝마쳤더니, 왜 안되냐고 묻는 전화였다는 것. 이건 좀..

회사의 체계, 조직이 있는 것은 각자의 역할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담고 있다. 그걸 권위로 찍어 누르려고 덤벼드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니, 이해가 필요한가? 맘에 들지 않더라도 갖춰진 체계를 존중할 의무, 타 부서/담당자에 대한 배려는 일하는 방식의 기본 중 기본이다. 오죽 답답하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은 마음이 조금은 들었으나 부서의 장이라면 더더욱 질서를 지켜야 하지 않겠나. 따질 것이 있다면 적어도 서로 급을 맞추어야 한다. 대화의 상대를 권력으로 누르려는 마인드는 금물. 그리고 그런 상황을 부탁하기도 절대 금물.


공유하고 알리고 또 공지하고

위에서 선입선출이 일처리의 기준이라고 했는데 정작 유관 부서에 알린 적이 없었다. 내 마음속에 만든 것,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로 하기, 이런 것은 다른 곳에서나 하자. 회사에서는 투명하게 알리고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일을 하면서 나의 적응이 우선되다 보니 중요한 것을 놓쳤었다. 결정되는 사항이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게 공표해서 공식화하라.


기록하고 남겨두기

매년, 매월, 매일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 다른 부서의 일을 받아 처리하는 업무를 해보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 버스와 비슷하다.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처럼 당시에는 급하고 힘들고 짜증 나던 것도, 일단 납기 시점에 마무리되면 그냥 잊는다. 좋게든 나쁘게든 처리가 된 까닭이다.

회사 일을 오랫동안 해 오면서 아쉬운 점은 성공이나 실패에 대해 왜 그랬는가 기록과 레슨을 잘 정리해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혼자 또는 몇 명의 기억으로 남거나 전달되다가 사라진다. 더 나은 업무 환경과 방법, 조직을 만들려면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가르침을 동료와 후배들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또는 배울 점이 있었다면 꼭 그것을 몇 줄이라도 정리해 두자. 개인의 관점이 아니라 Fact 중심으로 말이다. 이런 기록은 기억의 왜곡과 단점을 충분히 상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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