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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Sep 15. 2021

작가님, 강연을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낯익은 이름의 상대로부터 메일이 왔다. 누굴까 열어보니 1년 전 보내셨던 분이다. 기억력이 아직 쓸만하군. 대구에 있는 과학고등학교의 사서라며 자신을 소개했던 그분은 아이들에게 연구원으로 사는 선배의 삶을 나눠주기를 바라셨다. 학교의 역사가 짧아서 경험을 나누어 줄 선배가 없다며 꼭 강연을 원한다는 부탁을 하셨었다. 무척 감사한 일이었지만 마침 싱가포르에 있기도 했었고 이래저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온라인 강의도 어려워서 아쉽게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귀국 후 완전히 잊고 지냈는데 최근 다시 연락을 받은 것이다. 한국에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다며 그때 못한 강연, 다시 가능할지 물어오셨다. 당연히 승낙했다. 유명인도 아닌 나를 두 번이나 찾아 주시는데 제갈공명도 아닌 마당에 덥석 감사하다고 할 일이다. 


무엇보다 작가님, 작가님 하는 그분의 말씀에 자못 설렘을 느낀다. 

학교에서 강연이 처음은 아닌데 왜 그럴까. 


그동안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했던 강연은 회사 소개나 연구 주제에 대한 것이었다. 즉 회사의 이름을 후광에 업고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강의 자리에 섰었다. 그 말은 꼭 내가 아니라 회사의 다른 사람이어도 된다는 뜻이다. 작년 말 출간 이후 강연 제의가 있었지만 그건 대학 동기의 부탁이었다. 보람 있는 기회였지만 지인 찬스라는 약간의 어드밴티지가 있었던 일이다. 

그에 비해 이번에 받은 강연 청탁은 회사 이름이나 내 포지션을 떼고, 개인적인 친분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책을 쓴 작가라는 타이틀이 더 상단에 올랐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여기에 연구직이라는, 과학고 학생들의 미래 직업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얹으니 나름 유니크한 부분까지 갖췄다. 


자연인으로서 어딘가 나의 쓸모나 가치에 대해 자긍심이 생긴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말하기엔 낯간지럽고 자랑질 같으면서도 브런치에 쓰지 않으면 또 어디 가서 떠벌릴 곳도 마땅히 많지 않다. 기껏해야 가족들에게 자랑하는 것 말고는 말이다. 얼마 전 회사에서 약간 멘탈 나가는 일이 있었는데 전혀 다른 곳에서 보상받는 기분이다. 


좋은 일은 겹친다고 하던가. 비슷한 시기에 브런치 제안을 통해서 이번에는 영남대 학생들을 위한 강연 제안도 받았다. 이것 역시 (회사라는 타이틀과 무관하게) 연구직 선배의 경험을 다룬 책을 매개로 얻게 된 기회이다. 아직 두 강연 모두 자료는 만들지도 못했는데, 마음의 부담은 여전한데 마냥 기분이 좋고 그렇다. 책이 잘 팔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설렘과 인정을 받은 기분에 막 손이 가는 대로, 의식의 흐름에 맞춰 여기에 감정을 끄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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