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의 완성은 사용자의 몫이다.

by nay

게임의 규칙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일부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다. 규칙은 네거티브 시스템(하면 안 되는 것을 정의한 것. 이 안에 들지 않으면 모든 것이 가능) 또는 포지티브 시스템(해도 되는 것을 정리한 것. 이 안에 든 것만 해야 함)으로 나눌 수 있다. 장안의 화제 <오징어 게임> 에피소드 중에 게임에 참가한 사람끼리 서로 죽여도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도 그렇게 해도 괜찮은지 몰랐다. 마음먹고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것을 안 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즉 규칙의 적용은 해당 시스템의 관리자가 용인하느냐 아니냐로 결정된다.


회사의 규칙

자율 관리라는 이름으로 출퇴근과 업무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9 to 6가 아니다. 각자 사정에 따라 조금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면 된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나처럼 이른 출근을 선호하는 경우 8시 이전에 근무를 시작하고 5시가 채 되기 전 회사를 나선다. 그 전에도 탄력 근무제라는 것이 있었지만 시간이 1시간 단위로 관리되었다면 현재는 10분 단위로 조정할 수 있어서 훨씬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고 얼마 뒤 장난을 친 사람들이 있었다. 모든 규칙과 제도가 그렇듯 한 번에 완벽한 것은 없다. 어디에나 맹점이 존재하는 법. 이를 악용하여 근무 시간을 인정받으면서 아마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그들은 징계를 받았다. 출퇴근 시간의 인정 상황을 요리조리 이용해서 근무지를 이동하는 시간까지 일을 한 것으로 처리한 예시도 있다. 사람들은 참 머리가 좋다.


규칙의 이유

자율 출퇴근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코어 근무 시간이 있어서, 누구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시간대가 있다. 회사 일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괄적이고 전제적인 통제의 룰보다는, 개인마다 다른 삶의 방식, 일에 대한 집중 차이를 고려하고 배려하되 서로 지킬 것은 지키자라는 암묵적인 동의에서 시작한다. 누군가 룰에 담지 못한 작은 틈새를 파고들어 구멍을 내기 시작하면 암묵적 약속은 금이 간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넘어가지만 누적되어 '그래도 되는'이라는 인식이 전반에 깔리는 것은 금방이다. 그러면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무엇일까? 관리자의 규제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호구가 된다던가. 배려를 배려로 받아들이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나만의 편의를 위해서 좀 나쁜 의도로 이용하다 보면 결국 관리자는 칼을 뽑아들 수밖에 없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의 재택근무에 대한 여러 가지 담론과 다양한 생각들, 그리고 회사의 규칙과 사람들의 이용 행태 속에서 괜한 오해도 생기고 규제도 생겨났다. 관리자가 오해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드는 행위는 하지 않음이 맞다.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해도 되는 기존의 상황에서, 해야 하는 상황만을 인정받는 것으로 바뀌면 어떨까. 훨씬 더 어렵고 갑갑하다. 제품 개발할 때 포지티브 리스트에 있는 소재만 써야 하는, 자율성이 철저히 제한되는 것을 겪고 있으니 어떤 규제와 규칙이 더 나은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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