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스스로 냉정하게 자기 평가할 시간.
조직의 일원으로 생활하다 보면 정확히 자기 위치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아직 느끼지 못했다면 조만간 그런 시점이 분명히 올 것이다. 연차가 낮은 경우라면 현재 업무를 조금 알게되고, 약간의 승진도 겪으면서 더 많은 가능성을 생각할 기회가 생기면서 내 위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상사나 회사가 승인을 안해 줘 무기력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러다보면 다른 부서로의 이동을 생각하게 된다. 내 판단의 가치가 맞는 사람과의 소통 등을 우선 하기도 한다. 나를 중심으로 바라보기 쉬운 때다.
조금 더 위치가 올라가 중간 관리자 쯤 되면 생각이 달라질 지도 모른다. 이제는 이 업무에서 성과를 제대로 내야하고 승진하기 위한 추가의 노력도 요구된다.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며, 굳이 노-사의 관계를 따진다면 사측으로 mind shift 하는 편이 상사의 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상사도 나름대로 고민과 애환이 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회사는 나 혼자가 아니라 다른 이가 함께 협력해서 일을 만드는 곳임을 알게 된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여전히 내 위에는 상사가 있고, 밑에는 동료직원이 조금 더 많아지는) 관리자로서 여러가지 챌린지를 받는다. 내 능력이 점점 고갈되고 바닥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시기다. 고급 정보(?)라고 할 수 있는 것에 조금 더 가까워 지지만, 그로 인해 굳이 몰라도 될 사실들에 노출되어 더 깊은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다. 안된다 보다는 되게 하겠다는 말을 더 많이 해야하고, 변화가 생기면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동료직원들을 설득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전달자로서의 역할도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타 부서와 deal도 하고, 싸움을 통해 쟁취 하거나 양보도 해야한다. 위 아래의 눈치를 더 보게 된다. 나 개인의 성장과 성공 보다는 동료직원들의 성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부서와 나를 위한 것임을 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서는 일을 맡게 된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또는 모르는 척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바를 상사가 대신 해주지는 않는다. 상사를 움직여서 내 편으로 만들던지, 내 생각을 마치 처음부터 상사의 것이었던냥 잘 설득을 하던지.
회사 안에서 자기 자신을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해 본다면 그 결과에 분명 답이 있다. 나는 조직 체계 상 어디쯤인지, 그로 인해 상사/동료/부하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가치를 못알아 본다고 노여워하지 말라. 가치는 스스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요즘의 나는 현재 회사의 운영이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더 치밀하다는 것을 느낀다. 깜짝 놀랐다. 내 시야가 좁았음을 깨닫는 중이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였다. 그래서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사업 부서 마다의 특징을 알아가는 중이다. 위치 교정을 하고 나면 할 일과 배울 일이 더 명확하게 보일 것임을 기대하며 오늘도 또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