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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Apr 20. 2022

강사로서의 무게감을 느끼다

영남대, 직업에 대한 세 번째 강연을 마치고. 

작년에 불러주셨던 교수님이 부탁으로 일과를 마치고 영남대로 향했다. 첫 방문 때 유난히 비가 많이 오던 날에 코로나까지 겹쳐 학교에 사람이 없었는데 봄이 찾아온 캠퍼스에 제법 학생들이 가득 차 활기가 돌았다. 강의 내용은 비슷했지만 지난 두 번의 강연을 스스로 피드백하면서 더 좋은 강연 자료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덕분에 강연은 순조롭게 끝났고, 슬라이드를 많이 준비해서 시간이 모자라 필요한 내용들만 전달하느라 숨 가쁘게 50분을 달렸다.


질문은 주로 이 강의를 전체적으로 담당하는 과장님(?)이 던졌다. 그는 꽤나 공격적인 질문을 했다. 학생들 대신 자기가 악역을 맡는다는 핑계였는데 과한 내용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성실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의 답변으로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역에 도착해 허기진 배에 부랴부랴 김밥과 어묵을 채워 넣고 기차에 올라 잠시 숨을 돌렸다. 어둑해진 풍경을 인식하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고 집중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가 던졌던 질문, 그리고 강의 끝에 수줍게 다가와 묻던 한 학생의 질문들을 복기해 본다. 질문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적인 고민의 내용을 곱씹어 본다. 아직 많은 가능성이 열린 학부생들에게 직업의 미래나 가능성, 그러나 냉정한 현실 인식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 궁극에는 직업과 나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되었다가 강연자로서 자기 반성으로 연결되는,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을 탔다. 


솔직히 처음에 강연을 수락할 때만 해도 강연비를 통해 용돈벌이 할 겸, 책 소개와 판매에도 도움을 줘볼 요량이 없던 것은 아니다. 책을 내고 불러주니 으쓱한 마음도 있었다만 사명감까지 느낄 수준은 아니었다. 그저 적당히 시간을 보내되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면 되겠다 싶었다. 그러나 그런 강연이 한 번, 두 번, 세 번 진행되면서 강사로서의 자격과 자질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여전히 나의 직업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그것과 별개로 여러 젊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강연에서 던지는 내용, 말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다.


브런치 매거진 역시 마찬가지다. 직장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연구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글을 쓰고 있지만 이것은 수많은 기회와 커리어 패스의 단편일 뿐이다. 감히 일반화시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올바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학생들 앞에서 겸손한 자세로, 오늘의 이야기는 어떤 한 사람의 인생임을 강조했지만 막상 듣는 사람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른다. 말한 내용 중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취하고 싶은 내용만 취했을 것이다. 그런 것까지 전부 책임질 부분은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남들 앞에 서서 ‘강연’이란 형식으로 어떤 직업을 이야기하는 것의 깊은 무게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질문을 잔뜩 던진 그 과장님이 ‘다음에 또 모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연 내용이 너무 좋아서요'라고 하는데 기쁘기보다는 어째 더 뒷맛이 씁쓸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나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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