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생활에서 평판은 중요하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없이 지낼 것이라고 해도 함께 일하는 곳이라는 특성상 평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원하는 일과 팀이 있어도 평판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승진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정보가 되고, 팀을 이동하려고 할 때 해당 부서의 장이나 동료로부터 ‘그 친구 어때’라는 질문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회사를 떠나 같은 분야로 이직한다면 사내 평판은 더욱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한다. 인사 고과(평가)와 비슷하면서 결이 다르다. 상당히 중요한 정보임에도 연간 평가처럼 공식적으로 기록에 남기기 어렵다. 그렇지만 평판은 누적되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존재이다.
평판은 어떻게 쌓이는가? 매일 눈을 부릅뜨고 누군가를 판단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차곡차곡 적립되는 편이다. 평소에 어떻게 말하는지, 일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지, 동료와의 관계는 어떤지, 회의에서 말하는 태도나 의견 및 질문과 답변의 수준 등 거의 모든 것이 모여 한 사람의 평판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노력 여하로 달라질 수 있는 것임에도 몸에 밴 특성이 있으니 관리하려고 하면 어렵다.
평판은 판단하는 사람에게 의존적이다. 다시 말해 자의적이고 공정하지 않고 때로는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기도 하다. 얼마 전 회의 참석 자리가 있었다. 솔직히 별로 가고 싶지 않은 회의여서 가지 않겠다고 할까, 일이 생겼다고 할까 고민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5분 정도 일찍 자리에 앉아 있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무님이 들어오면서 그때 회의실에 있던, 나를 포함한 두 명을 보며 ‘오 성실한 사람들’이란 말을 했다. 마음은 회의에서 멀어져 있지만 몸이 거기 있는 것 만으로 성실해 보인다는 인상을 주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상무님이 내게 가지는 (개인적인) 평판에 +1을 획득했다. 한 편 언젠가 대학 동기가 전화를 걸어 옆 팀 동료는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았을 때 - 그는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 내가 가진 판단 기준에선 별로 추천하기 어려워 좋은 말을 해주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의도치 않게 평판에 -1을 가져가야 했다. 이런 예시는 많다. 어떤 동료는 마케팅 부서로 예전부터 옮기고 싶어 했었지만 사내 평판 때문에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단순히 그날 그 시간 조금 일찍 회의 참석한 것으로 상무님이 나를 성실하다고 말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특정한 이벤트의 영향력은 과거 누적된 경험들의 연장선 상에서 발휘된다. 늘 몇 분씩 지각하는 사람이 어느 날 10분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성실한 사람이란 말을 듣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평판은 그런 면에서 볼 때 개인에 따라 확증 편향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 번 박힌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상사의 평가와 판정, 동료들이 내게 주는 평판이 정확하다거나 공정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공정성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본다. 나 역시 누군가를 판단하는데 냉정한 객관성을 유지하지는 않는 까닭이다. 그러나 여전히 평판이 조직 생활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이해와 의식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는 것에 대한 시도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