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안 쓰던 근육을 쓰는 것

by nay

골프 레슨을 다시 받고 있다. 30대에 배웠다가 40 후반에 이르러 재교육 중이니 시간의 간극이 꽤 큰 셈이다. 그래도 예전에 배웠던 것이라고, 강사가 알려주는 자세와 스윙에서 포인트가 되는 것 위주로 흡수하고 있다. 많은 운동이 그러하듯 평소 생활에선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특히 나는 볼이 오른쪽으로 가는 슬라이스가 아주 잘 나는 편이었는데, 강사님 말을 들어보면 필연적으로 그리 될 수밖에 없다. 왼쪽 팔목을 많이 꺾어서 치기도 하고 엎어치다 보니 정타가 아닌 경우가 너무 많다.


잘 치기 위해 알려주는 자세를 취하다 보면 대체 이런 자세가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불편하다. 그렇지만 그걸 잘 유지하면 가장 제대로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쳐보면 안다. 불편해서 이렇게 해도 될까 싶은 백스윙에서 막상 몸을 돌렸을 때 제대로 날아가는 타구를 보면, 아이쿠 내가 편하게만 치려다가 이게 안된 것이구나 깨닫게 된다.


프로선수라면 익숙한 자세가 아마추어에겐 세상 어렵고 힘든 것이다. 공부와 연구만 10년 가까이하면서 단련된 근육(마음가짐, 일을 하는 태도와 방식 등)을 가지고 입사했더니 많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을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나도 이 분야의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익숙해졌다. 어리바리하던 심리적 근육, 일처리의 근육이 개발된 것이다. 20여 년 가까운 시간 속에서 개발된 근육 덕분에 이슈를 정리하여 필요한 것만 적당히 걸러내고 완수할 일을 빠르게 캐치해내는 능력이 생겼음을 느낀다. 더불어 최근에 여러 명과 함께 워크샵을 하면서 퍼실리테이터이자 리더로서 회의에 대한 운영의 근육도 꽤 늘었구나 싶다.


문제는 이런 익숙함의 근육에 자신을 방치하면 한쪽만 비대해지는 비대칭적 발전이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발전 외에 (앞선 글에서도 다루었던 효율성과 효과성 같은 개념으로도 연결되는) 늘 하던 그대로를 유지하면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지만 더 달라질 것 없는 현재와 미래로 인도한다. 불편한 자세를 취해야 제대로 공을 맞추는 것이 가능한 것은, 애초에 그렇게 하는 자세가 올바른 것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대로 편한 자세를 취하면서 어찌어찌 공을 맞춘다 한들 비거리의 손해가 날 수 있다. 편한 자세는 적당한 기능을 하게는 도와주더라도 한 단계를 넘어가는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변화를 주려면, 뭔가 히트를 하려면 어느 누군가는 불편함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매번 맞지 않는 자세로 엉뚱한 곳에 볼을 날릴 뿐이다. 어쩌다 한 번 제대로 맞더라도 다시 그런 볼을 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일의 방식이나 일을 대하는 태도,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이 편하다고, 익숙하다고,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고 난 내 방식만을 고집하겠소 했다가는 늘 고만고만한 결과만 얻을 뿐이다. 어색하고 어렵다고 안 하려고 하면 편할지 몰라도 성장은 정체가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