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은 세상의 일들이 새로운 것의 시도를 통해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연구 업무는 특히 그러하다. 기존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며 가급적 실패하지 않는,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론도 효과적 운영 관점에서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그래도 연구개발은 도전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을 때 더 빛이 난다.
회사의 연구에서 도전의 의미와 방향, 방법을 디테일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자원의 투자를 결정하고 그 결과물의 성공 여부를 통해 ’투자 대비 성과‘ 내지는 ‘도전의 기회비용’을 정산하는 시점이 몇 개월 뒤든, 2년 뒤든 반드시 도래하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나 결과물이 성공적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무엇이든 실패할 수 있다. 가설의 잘못일 수도 있고, 시장 상황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일 때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통제 불가능한 인자가 나타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실패를 장려하는 이유는 실패할까 봐 걱정하고 몸을 사리며 결국 안전선을 넘지 못함으로써 미래에 생길 수 있는 문제 대신, 돈과 자원을 투자하여 그 이상의 가치를 언젠가 얻을 것이라는 믿음과 그 중요성을 분명히 인지하는 데 있다.
어떤 숙제를 받아 들 때 다음과 같은 성격이 동시에 존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매번 고민이 된다.
-할 수 있는가 없는가
-결과를 해석(활용)할 수 있는가 없는가
사실 연구자 입장에서 그저 그 자체가 궁금한 것들이 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가능성만을 검토하는 질문은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맞다. 아니 언제는 실패를 염려하지 말라며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두 가지 질문을 묶어서 마치 하나의 질문처럼 던지지 말자는 뜻이다. 회사 연구에서는 할 수 있다 없다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의미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될지 안될지 몰라서 해봤더니, ‘어 이게 되네?‘라는 답을 얻으면 어떨까. 그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 활용의 측면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찾기 어렵다면 굳이 시도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일을 시키는 상사 입장에서 ’해보기는 했어?‘라는 클리셰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답을 얻고 다음은 뭔데?라는 질문이 연속성 있게 나오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적어도 누구의 면을 세우거나 자존심 싸움처럼 일단 해보고 얘기하자는 식은 곤란하다.
이율배반적으로 때로는 일부러 활용할 수 없음 내지는 안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도한다. 언제냐고? 설득해야 할 때 그렇다. 질문을 받고, 결과가 뻔한데 왜 하지라는 반문이 명확하더라도 해보지도 않고 그런다는 질책을 받지는 말자. 의사결정자 스스로도 가끔은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의 손과 입으로 명분을 제공해 주길 바라는 경우가 있다. 그걸 통해 일의 Go/Stop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 적절한 수준의 도전은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예상대로 안 되는 것이라던가, 되더라도 연구개발 측면에서 활용할 수 없다거나 어렵다는 팩트를 굳이 애써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결정과 판단의 이유가 확실하니 말이다.
시간, 돈, 사람이 무한하다면 이것저것 해볼 수 있다. 우리는 계속 B와 D 사이에서 C, 즉 선택을 해야한다. 선택을 잘 하는 것은 좋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누군가를 당황하게 만들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이다. 질문 속에 목적과 가치가 마구 섞여서 대체 이걸 왜 하는 것인지, 원하는 것이 이건지 저건지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조직 구성원에게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