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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0원씩 줍줍의 의미

by nay

"네이버 폐지 줍줍 하세요."

보통 온라인 폐지 줍기라는 제목으로 올라오는 글이 있다. 보는 족족 글을 열고 링크를 누르면 네이버 페이에 건당 보통 10원씩 쌓인다. 12원짜리도 있고 운이 좋은 날엔 이것저것 모아서 100원 이상을 주울 때도 있다. 시간제한이나 수량 제한이 있는 것들을 놓치기라도 하면 무척 아쉽다. 10원 놓쳤네. 부자 될 수 있었는데. 어떤 운 좋은 날엔 200원 가까이 모을 수도 있다. 이 날은 복권 당첨된 것 마냥 기분이 좋다. 댓글에는 '덕분에 포르셰 사러 간다', '내 집 마련에 한발 더 다가갔다' 등 재치 있는 말이 올라온다.

이것 말고도 최소 하루에 1천 걸음 이상 걸으면 토스 포인트로 10원을 얻는다. 5천 걸음 걸으면 10원, 1만 걸음에는 20원이나 준다. 하루 1만 보 걷기는 어려워 보통 10원~20원 정도 모으는 것이 한계이다. 원래 이런 쪽 오리지널은 캐시 워크라는 서비스인데 포인트를 쌓기 위해 중간중간 누르는 광고 닫기 버튼의 귀찮음으로 인해 지워 버렸다(무엇보다 광고 닫는 버튼이 작아서 더 싫다!).


하루에 평균 50원 정도를 줍줍 한다고 가정하면 월 1천~1천5백 원, 매년 꼬박꼬박 모아도 2만 원이 넘기 어렵다. 그럼에도 매일의 루틴 중에 이걸 놓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영양제 먹기, 혈압약 놓치지 않기, 최소한의 운동 하기처럼 정작 중요한 일과는 가끔 놓치거나 안 하거나 외면하기도 하지만, 어쩐 일인지 매일 최소한 20원은 모으는 것엔 세상 열심이다.


만약 내가 스스로 찾아 나서서 10원씩 모으기로 했다면 가성비 측면에서 하지 않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친절하게 모아서 하나의 게시물에 링크까지 걸어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노동력 대비 성과가 상당히 좋다. 광고 페이지로 연결되지만 캐시 워크처럼 실수로 누르지 않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아이폰은 링크를 길게 누르기만 해도 적립이 되어 굳이 링크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아도 된다. 안 그러면 페이지를 열었다 닫았다 해야 하니 조금 귀찮기는 하다. 걷기라는 건 살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행동이니 그에 따른 부산물처럼 쌓이는 걸음 횟수의 보상으로 10원, 20원 모으는 것도 대단히 많은 노력과 관심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기 전에 한두 번 눌러만 주면 된다.


솔직히 돈의 액수로 따진다면 훨씬 더 가성비 좋은 일이 많을 것이다만, 노력 대비 적당한 보상은 받고 싶은 인간의 작은 욕심과 이 틈새를 놓치지 않는 것이 온라인 폐지 줍기의 매력 포인트라고 본다. 실패할 가능성도 적다. 어지간하면 최소 금액은 받는다. 토스의 행운 복권으로 5원 받으면 좀 실망스럽고 8원 받으면 꽤 좋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매일의 루틴으로 자리 잡으면서 ’할 일을 하고 사는 사람‘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아니 이걸 이렇게까지 의미 부여하는 것이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구나 싶지만 정말 그렇다. 마치 자기 자신이 되게 충실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는 기분이랄까? 10원이라는 작은 돈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모으는 성실성이 꽤 괜찮게 보이는 것이다. 액수의 크기보다는 무언가 하고 있다는 행위의 정당성에 더 가치가 있다. 비록 티끌 모아 티끌이라지만 누적되는 횟수가 반복될수록 중독되는 기쁨 또한 있다. 10원 받기 링크를 누를 때는 내 몸의 변화를 측정해 보면, 엔도르핀이 막 나오고 뇌 MRI를 찍으면 확실히 중독이나 기쁨에 관련된 부분이 반짝반짝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네이버나 토스 같은 서비스에서 제발 10원씩 주는 걸 중단하지 말아 주면 좋겠다. 매일의 작은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나란 사람은 이렇게나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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