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는 유효한가?

by nay

전년도 연말부터 열심히 잡기 시작하는 올 해의 목표.

목표를 달성했느냐 못했느냐는 결국 사업부의 존재 여부를 결정 짓는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매출을 지표로 가져가는 부서들은 더더욱 그렇다. 회사 전체 목표는 사업부가 나눠 갖고, 사업부의 목표는 팀 단위로 쪼개고, 팀에서는 개인이 각자 달성해야 할 목표가 나온다.


세부 목표를 잡으면 그 다음은 목표 달성 여부를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를 정의한다. 이것이 KPI (Key Performance Index or Indicator) 다. KPI는 객관성을 갖고 있어서 누가 봐도 성패를 납득할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출에 대한 항목이 목표일 경우, 특정 상품의 매출액 OO억 달성과 같이 아주 명확한 KPI가 있다. OO억을 못하면 목표 달성을 못한 것이다. 그 부서의 모든 활동은 OO억 달성을 위한 것에 의미가 있고 또 그래야 한다.


그러나 연구개발직에서의 KPI는 조금 다르게 보는 경향이 있다. 기술개발직은 KPI를 정량적으로 잡는데 한계가 있다. OO기술개발이 최종 목표라고 해보자. 이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완성도? 완성도라는 것은 무엇으로 판단하지? 최종 개발 기간이 내년일 경우 올 해의 완성도라는 것은 무엇이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일스톤 달성이라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런데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것과 완성도는 사실상 별개의 상황이고, 또한 내년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KPI로 적합하지도 않다. 그러면 기술개발 결과물인 보고서가 적당할까? 아니면 연구 전문성을 증명하는 논문? 그것과 기술개발의 당위성 사이에 있는 간극은 여전하다.


KPI에 따라 활동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사업부의 지상과제인 목표가 OO기술개발로 정해졌다.

-KPI가 논문인 경우, 열심히 논문을 쓰는 활동 위주로 일을 진행하게 된다. OO기술개발을 하긴 하겠지만 논문이 더 우선일 것이다.

-KPI가 완성된 기술의 제품 연계라면? 굳이 논문을 쓸 필요는 없다. 어떻게 하면 제품에 기술을 탑재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유관부서와 협력을 꾀하면 된다.

따라서 KPI를 잡는 건 고민이 많이 필요한 정교한 작업이다. KPI 관리의 궁극적 목적은 회사 (사업부)가 가진 '목표 달성'을 위함이기 때문이다.


KPI 무용론도 있다. 사업부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KPI도 있을 수 있고, 개인의 동기 부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KPI도 있다. 무엇보다 진정한 성과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비정량적인 것에서 나오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KPI 설정과 운영을 할 때 장점 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열심히 KPI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여튼 혁신적인 성과는 KPI 관리에서 나올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한다.

최종 평가에 있어 성과의 객관성 - 부서와 개인의 성과 차등을 위해 어떻게 줄 세울 것인가 - 에 정량적 내용을 담을 필요는 있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정말 exeptional한 성과가 아니라면 솔직히 누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언젠가 브런치를 통해 소개했던 '착각하는 CEO'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언급된다.

"KPI 설정, 목표 수립 면담, 성과 모니터링 등의 성과 압박 장치들을 지속적으로 작동시키면 직원들의 성과가 높아질 거라는 믿음은 순진한 생각이다. 기존의 룰을 깨뜨리는 창의적 발상을 요구하는 요즘, 성과 압력이 과연 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절차만 따르면 되고 고효율이 무엇보다 우선인 분야에서는 성과 압력이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창조적 사고와 융합적 사고,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럭을 찾으려는 조직에게 성과 압력은 그저 그런 성과에 만족하도록 만들 뿐인,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 이다."


성과 관리를 위한 면담 시기다. 늘 고민하게 되지만 또 막상 시간에 쫓겨 KPI는 관습적으로 잡게될 지 모른다. 뭔가 혁신적인 성과 관리 지표가 나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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