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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by nay

저는 사무실의 제 자리를 좋아합니다.

자리가 넓거나 유난히 아늑하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요.

고개를 90도로 놀리면 눈에 들어오는 계절의 풍경 때문입니다.


한 7년 전인가요.

제가 쓰던 자리에 앉은 후배에게, 그 자리에 앉으면 하나 좋은 점이 있다고 얘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고개를 조금만 올리면 보이던 색깔이 참 곱던 자목련이 있었던 까닭이지요.

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이라 다른 곳에 피는 목련들에 비해 늦게 꽃이 피고 느즈막히 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보내버린 봄의 짧은 정취를 오랫동안 남 몰래 즐기곤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눈길 한 번 더주기도 했구요.

지금은 그 자리가 아스팔트로 덮혀있습니다. 나 만의 낭만을 잃어버린 것이 슬픕니다.

그 얘기를 해주었을 때 어느 누구도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다며 저에게 감사를 표하던 후배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사실 이 얘기에는 저 역시 선배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오래 전에 그만 두신 원장님이 언젠가 조회사에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여기저기 피어난 봄 꽃들을 보며 그걸 즐기라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당시, 잘 알지도 못하던 그 분이 무척 멋지게 보이더군요.

두고두고 그 분의 그 때 모습이 생각납니다. 우리에게 직장이란, 삶이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미세먼지로 뿌옇던 하늘이 오늘은 좀 맑아 보이네요.

부족했던 볕과 온기를 담아 오늘은 아마 목련이 힘차게 꽃을 피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 없어도 봄이 오는 것을 즐길 여유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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