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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noir Dec 08. 2022

세번의 퇴사

아직 몇 번이 남았는지 모를

겨울이라 그런지 집안에도 한기가 돈다. 이번 겨울은 새로운 곳에서 맞이하게 된다. 얼마전 이직을 했기 때문에 매년 겪는 겨울이지만 또다른 느낌의 겨울을 느끼고 있다. 일찍 출근하는게 습관이 되어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곤 바로 출근길에 오른다. 이전 직장들은 붐비는 곳에 있어서 그런지 지금의 출근길이 여유롭고 좋다.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행복을 느끼려면 출근 지옥철 경험 n년이 필요하긴 하다. 여유로운 출근길이 당연해지고 있어 이거 열심히 사는거 맞나 하며 이상한 결론으로 생각이 튈 때 쯔음에 두번째 퇴사를 했던 곳의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할수있을것 같고, 하고싶을것 같은 일을 구하게 되었다. 상사는 여자였고 누가 봐도 번쩍번쩍 자기를 꾸밀 줄 알아보였다. 나이는 40대 후반이였지만 누가봐도 30대 같은 패션감각 매일 풀메이컵에 화려한 옷차림을 즐겼다. 면접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쭉 늘어놓더니 마지막에는 내가 맘에 들었는지 환하게 웃더니 성격은 괜찮지? 라며 물었다. 나 또한 환하게 웃으며 사람만나는거 좋아한다며 화답했었다. 그렇게 그 회사에서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내가 맡은 A업무와 관련이 있어보이는 A-1,2,3,4 의 업무들이 주어졌고 그 후 관련이 없어보이는 B업무, 그리고 B-1,2,3,4 의 업무들이 주어졌다. 그당시 상사에게 혼나면 안된다는 생각에 무조건 야근하며 던져진 일을 마무리했고 주말에도 일을 연속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나에게 책임감이 넘친다며 칭찬했다.그리곤 업무는 본인의 입맛대로 모두 바꿔 다시하기를 지시했다. 그러면 나는 그 피드백이 정말 옳은 방향인지 아닌지를 분간할수도 없이 또 야근을 하고 연장근무를 했다. 여름휴가도 그녀와 같은날에 쓰길 바랬다. 상사의 손발이 되어 일을 했기때문에 내가 없으면 그녀가 불편하니까. 그것조차 당연하게 생각해 그렇게 맞춰 살았다. 그래도 규모가 있는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에 모든것을 눈가리고 살았었다. 지하철을 갈아타는 중간에 코피가 나고 매일 출근길에 심장을 누가 꽉 누르는것 같은 기분들도 느꼈다. 매일 기침을 달고 살며 점점 몸은 지쳐갔다. 그래도 일을 끝내지 않으면 혼이 난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일을 진행했다.

그녀는 항상 나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주보고 보고를 하는날이면 나에게 한숨을 쉬며 이야기 했다. 일이 많아서 대충하는거니 내가 봤을때는 일이 많지도 않은데 힘든티 내지말고 잘하란말이야.

속상했다. 그런데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 내가 진짜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닌 비난과 평가는 그리 내마음과 머리를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자존심은 상했다. 그는 내 분야를 전공한 사람도 아닌데 나에게 전문적이지 않다며 평가를 하다니. 그녀의 경험과 시간이 전문가가 걸은 길 만큼 귀중한것임을 존중한다. 그럼 그녀는 나를 존중했었는가. 가끔 말도 안되는 피드백과 요구를 들을때면 내가 이러려고 이길을 계속 걸어온건가 싶었다. 정말 많은 업무를 혼자 다 해냈다. 꾸역꾸역 하다보면 어느샌가 그냥 끝나있었다.

솔직히 나조차 맘에 안드는 결과물이 많았다. 물리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무시한채 진행한 일들이였다. 상사는일명 가성비 좋은 직원인 나를 놓치기 싫어했다. 보너스나 승진등이 이뤄지는 시기때는 보너스,승진등 회사가 직접적으로 직원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행위를 보이진 않으며 말로만 하는 값싼 칭찬을 했었다. 그래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견디며 넘어갔었다. 일하는 환경도 너무 열악했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고 의자는 불편하고 책상은 삐걱거리고 피씨는 너무오래되어서 개인 노트북을 필히 들고 다녔었다. 다른 부서와 분리 되어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 했던 터라 가끔 다른부서가 있는 곳에 가면 세상 다른 회사가 눈앞에 펼쳐졌었다.

점점 늘어가는 업무가 버거워질때쯤에 또다른 업무가 추가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만 지나면 연봉을 올려주겠노라 이야기를 했다. 믿지않았다. 이 프로젝트보다 더 많은 일을 했음에도 그냥 웃고 넘어가던 회사였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진행 할 엄두가 나지 않고 돌아오는 퇴근길에 숨이 잘 쉬어 지지 않았다. 퇴근해서도 일생각 자면서도 일생각 일어나서도 일생각만 하고 살던 지난 시간들이였다. 지하철 환승구에 앉아 지하철을 몇개나 떠나보냈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동네를 몇바퀴를 돌았다. 퇴사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너무 무서웠지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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